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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 줄여라 … 자동차 업계 '탈 디젤'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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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고 조이고 막는다. 자동차 환경규제 얘기다. 자동차 배출가스를 틀어막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많은 제조사들이 ‘전동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이면에는 규제를 벗어나면서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몸부림이다.

 유럽은 이미 2017년 9월부터 신연비 측정법인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를 시행 중이다. 2018년 내로 이산화탄소를 130g/km 수준, 2020년에는 95g/km까지 줄여야 한다. 심지어 2025년에 68~78g/km 수준으로 저감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2030년에는 지난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2040년에는 80~95%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신차가 연 구소 내에서 배출가스 테스트 를 받고 있다. [사진 각 사]

메르세데스-벤츠의신차가 연 구소 내에서 배출가스 테스트 를 받고 있다. [사진 각 사]

◆미국은 제조사 평균연비 기준 세워=미국도 유사한 규제를 내놓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올해 내에 126g/km, 2020년에는 113g/km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 여기에 제조사 평균 연비인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까지 시행 중이다. CAFE는 제조사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의 평균 연비를 CAFE 기준에 맞춰야 하는 제도다.

 중국이 전기차에 집중하는 이유도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와 연관이 있다. 중국은 이산화타소 배출량이 2018년 기준 139g/km 수준으로 유럽이나 미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생산 대수에 맞춰 일정 비율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혹은 전기차로 팔아야 한다. 2019년 8%의 비율로 시작해 2020년 10%, 2021년에는 12%까지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자체가 116g/km까지, 2023년에는 93g/km, 2030년에는 74g/km까지 강화된다. 전기차를 많이 파는 것 외에는 딱히 대안이 없다.

 소형차를 전문으로 팔던 일본의 스즈키는 이에 부담을 느끼고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기존 중국 협력사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중이다. 스즈키는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자사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인도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국은 2018년 1월부터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세금 및 벌금을 부과하는 환경보호세까지 신설했다. 이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도요타도 과징금을 냈고, 현대자동차의 베이징 1공장은 베이징 밖으로 이전해야 하는 압박까지 받는 상황이다.

 압박의 다각화가 이뤄지자 자동차 제조사들이 꺼내든 카드는 ‘전동화’다. 1km를 주행하는데 70g대의 이산화탄소만 배출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다. 대중적인 중형 세단으로 꼽히는 현대 쏘나타 2.0 가솔린이 약 140g대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니 이것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엔진 배기량을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엔진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전기모터를 많이 활용하는 전동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 유탄을 맞은 차종이 디젤 승용차들이다. 소비자들이 연비 메리트를 느껴 판매가 용이한 제품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강화된 규제를 맞추려면 생산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 실제 폴크스바겐은 오는 2021년까지 모든 디젤 승용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폴크스바겐 그룹에 속한 포르셰도 동일한 계획을 내놨다. 볼보는 현재 생산 중인 디젤엔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새로운 디젤 엔진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일본 업체로는 처음으로 탈 디젤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디젤 모델의 판매를 중단하고 향후 발표되는 신차에서도 디젤엔진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혼다도 유럽에서 판매 중인 CR-V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닛산 역시 디젤엔진에 대한 신규 개발을 중단하고, 현재 생산 중인 2종의 디젤엔진도 2020년대에 생산을 종료할 예정이다.

 국내 제조사의 움직임도 바쁘다. 당장 디젤엔진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 미래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해 향후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 차량 8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4종, 전기차 5종, 수소전기차 1종 등 총 18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아우디 손잡고 수소차 협력=특히 현대는 수소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아우디와 기술도 공유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 5000대 수준인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를 2030년까지 100만대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 포함한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현대차와 아우디가 동맹을 맺은 것이다.

 탈 디젤 움직임은 전기차 시장 규모를 급속히 키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57%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00만대 수준이었던 전기차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억 2500만대에서 최대 2억 20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도요타는 디젤 모델 판매 중단키로=자동차의 배출가스를 감소시키는 시발점은 1970년대 실시된 머스키 법(Muskie Act)으로 꼽힌다. 당시 기준에서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을 7분의 1까지 저감해야 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가솔린 금지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혼다가 이 규제를 통과했다. 당시 변방 자동차 회사에 불과했던 혼다는 이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최근에는 자 동차에 측정 장비를 달고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 테스 트를 진행한다. [사진 각 사]

최근에는 자 동차에 측정 장비를 달고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 테스 트를 진행한다. [사진 각 사]

 1992년에는 미국이 한 번 더 들썩였다. 1998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전체 판매대수 중 2% 이상을 무공해차로 판매해야 하는 법이 나왔기 때문이다. 석유자원 고갈, 이상 기온 현상 등 환경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시기다. 이에 등장한 모델이 바로 GM의 전기차 EV1이다. 당시의 EV1은 200km 내외의 거리를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생산이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의 로비 때문에 판매를 접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오토뷰=김선웅 기자 stmarmotor@auto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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