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 홈런왕 경쟁은 예상대로 'SK 집안싸움'으로 전개됐다.
5월까지 SK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 홈런 19개로 1위, 최정이 18개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시즌 반환점을 돌면서 홈런왕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로맥과 최정이 주춤한 사이, 두산 김재환이 선두로 올라섰다. 여기에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넥센)까지 가세했다.
5월까지 12홈런에 그쳤던 김재환은 6월에만 홈런 14개를 몰아쳤다. 최근 5경기에선 홈런 3개다. 6월 타율은 무려 0.456이다. 타격감이 최고조에 가깝다.
김재환은 지난해 홈런 35개로 이 부문 3위에 올랐다. 2016년에도 3위(37개)였다. 김재환은 10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넓은 서울 잠실구장(중앙 125m, 좌우 100m)을 쓰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월등한 파워가 비결이다. 홈런 비거리는 119m(3위)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홈런 35개 중 20개를 잠실에서 쳤다. 올해도 잠실에서 홈런 9개를 기록 중이다.
박병호는 김재환만큼 페이스가 좋다. 최근 10경기에서 7개를 때렸다. 지난 26일 부산 롯데전에서 멀티홈런(2개)을 기록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KBO리그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미국 무대에서 2년간 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넥센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에는 좀처럼 홈런이 터지지 않아 고민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13일 종아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종아리 부상이 회복될 즈음 아킬레스건 부상까지 입었다. 재활을 거쳐 37일 만에 1군에 모습을 드러낸 박병호는 전직 '홈런왕'다운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부상당하기 전까지 18경기에서 4홈런에 그쳤지만, 복귀 이후 31경기에서 홈런 13개를 뽑아내며 추격전에 나섰다.
반면 지난해 홈런왕(46개) 최정은 6월에 7홈런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로맥도 6월 홈런이 5개다. 전반적인 타격 감이 떨어진 상태다. 최정은 6월 타율 0.269, 로맥은 0.217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정은 11.6타석당 1개꼴로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2위(한화 로사리오)와 9개 차로 압도적인 홈런왕에 오른 지난해(11.5타석)와 다름없다. 경쟁자들에 앞서는 수치다. 몰아치기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언제든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박병호는 12.2타석당 홈런 1개로 최정의 뒤를 잇는다. 발동이 걸리면 걷잡을 수 없다. 부상으로 50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해 홈런 1위 김재환에 9개나 뒤처져 있다. 그런데도 잠재적인 홈런왕 후보로 손색없다.
지난달 23일 넥센전에서 홈런 4개, 22일 KT전에서 3개를 몰아친 한동민(SK)은 21개로 홈런 4위다. 꾸준히 홈런을 치고 있는 호잉과 이대호는 20개로 5위다. 호시탐탐 선두권 진입을 노리는 후보군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