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서민들 애환 풀어줘 보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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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소속 우영돈 변호사가 민원인과 상담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25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빌딩 4층의 삼성법률봉사단. 서울시내에서 과일 노점상을 하는 70대 할머니가 삼성그룹 소속 변호사와 한 시간가량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들의 신용카드 채무에 보증을 섰다가 카드회사의 빚독촉에 시달려 왔던 이 할머니는 개인파산신청 절차에 관한 상세한 조언을 듣고는 표정이 밝아졌다.

서민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는 삼성법률봉사단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법률봉사단에서 지금까지 상담을 받은 민원인은 모두 640여 명. 주말과 휴일을 빼면 하루 30명 가깝게 찾아오는 셈. 상담을 기다리는 사람도 300명에 이른다. 사연도 갖가지다.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빚만 남긴 채 가출해버린 가정의 50대 주부는 "남편의 채무는 원칙적으로 아내가 갚을 의무가 없다"는 설명을 듣고 연방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렵게 모은 1000만원을 빌려줬다가 떼이게 된 50대 노점상은 차용금 반환청구소송에 관한 상세한 조언을 듣고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드물게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20대들은 대부분 카드 빚 때문에 개인파산 절차를 문의한다고 한다.

법률봉사단은 상담만 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10여 건의 형사사건에 대해서는 무료변론을 해주기로 결정했거나 검토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도 합의금을 못 내 기소된 장애인, 가벼운 사건으로 사회봉사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다가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경비원 등 하나같이 딱한 사정들이다. 변호사들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민원인들을 위해 상담 요지를 글로 정리해주는 친절도 베풀고 있다.

이현상 기자<leehs@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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