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올림픽 할머니"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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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역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 최고령으로 알려진 「키티·가드프리」할머니 (92·영국)가 14일 한국에 왔다.
1896년 근대올림픽이 출범하던 해 탄생, 올림픽과는 기이한 인연을 맺고 있는 「가드프리」할머니는 1920년 24세 때 제7회 앤트워프 올림픽 테니스종목에 첫 출전해「위니프래드·마거리트·맥네어」와 조를 이뤄 복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비롯, 단식에서는 동메달을 땄으며 제8회 파리대회에서는 여자단식 3위·복식 준우승을 마크했다. 「장·보르트와」할아버지(프랑스·파리 올림픽 남자단·복식 3위)와 함께「가드프리」할머니가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국제 테니스연맹(ITF)이 64년만에 서울올림픽대회에서 테니스경기가 부활된 것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초청 케이스로 이뤄졌는데 이번 대회에서 시상도 맡게된다.
핑크빛 세무재킷과 흰 블라우스에 안경을 낀 「가드프리」할머니는 『테니스가 왜 이렇게 늦게 부활됐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공항로비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가 약간 어두울 뿐 정정한 「가드프리」할머니는 안티워프 올림픽에서 혜성처럼 등장, 각광을 받았다.
4년 후 파리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었으나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금메달을 놓치는 불운을 겪었다.
「가드프리」할머니는 여자단식 준결승에서 프랑스의 「줄리·불라스토」와 격돌, 첫 세트를 6-0으로 이긴 후 2세트에서 3-0으로 리드하고 있을 때 관중들이 주심의 영어카운트에 흥분,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경기가 중단되었고 사태가 수습된 후 경기가 속행되었으나 16게임 중 13게임을 잃어 2-1(6-0, 7-5, 6-1)로 역전패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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