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돌이', '뉴타운돌이' 이어 '문돌이' 등장…文정부 위험요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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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6·13 지방선거 재보궐 당선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에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6·13 지방선거 재보궐 당선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앞서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에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6·13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열린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수석비서관은 "이번에 당선된 '문돌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이는 6·13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여당 당선자들을 여권에서 부르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당선됐다는 뜻이다.

'문돌이'라는 표현은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험 요인과 대응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당선자 상당수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덕을 본 만큼, 이들이 토착 비리와 연루되거나 독선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정부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영상회의실)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영상중계시스템을 통해 전(全)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영상회의실)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영상중계시스템을 통해 전(全)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사진 청와대 제공]

지방선거, 총선거가 치러질 때 후보 개인의 면면보다 어떤 '바람'을 타고 당선되는 경우가 있다. '탄돌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을 뜻한다. 2004년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現 더불어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을 타고 다수의 당선자를 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뉴타운돌이'가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뉴타운 공약'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現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재개발공약을 내세워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은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국민들의 뜻에 따라 대거 당선됐지만 도리어 정부에 부담이 됐다. 일명 '탄돌이'들은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다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비판 여론에 부딪혔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오만과 독주라는 딱지가 붙은 ‘탄돌이’ 이미지가 10년 가까이 진보 세력의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뉴타운돌이'도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들은 재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열망을 안고 당선됐지만 이후 뉴타운 공약의 절반 이상이 백지화됐다.

청와대 직원이 18일 자신의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수보회의진행 상황 전체를 청와대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가급적 투명하게 다 보여 주면서 회의하자“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직원이 18일 자신의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수보회의진행 상황 전체를 청와대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가급적 투명하게 다 보여 주면서 회의하자“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여권 일각에서는 '문돌이'라는 표현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 당선된 사람들에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문 대통령의 인기에 힘입어 당선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비칠까 경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문돌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수보 회의에서 "대통령의 인기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말씀하실 분도 있지만 그건 정말 온당치 못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 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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