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장 - 전경련 회장 '출총제 대안' 생각이 다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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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왼쪽에서 셋째)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이 2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경제·기업정책위 연석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재계 인사들과 만났다.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기업정책위원회 조찬 연석회의에서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과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최고경영자(CEO) 25명이 참석해, 권 위원장과 대기업 정책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첫 만남인 만큼 다소 어색한 듯했지만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강 회장은 "권 위원장은 오랫동안 공정거래 연구를 했고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니 기업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된 공정거래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권 위원장도 "재계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날 모임은 7월부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대기업 정책 전반을 논의할 시장경제 선진화 태스크포스(TF)팀의 출범을 앞두고 벌인 '탐색전'의 성격도 있었다. 출총제는 자산 규모가 6조원을 넘는 그룹(기업집단)의 소속 회사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으로 투자를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 회장은 "경제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 활성화"라며 "출총제 폐지 등 대기업 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TF팀 논의와 관계없이 외국인 투자기업과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특수목적회사(SPC)에 투자할 때 출총제를 적용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현재 상장기업 지분의 '30% 이상' 보유해야만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한 지주회사 요건도 '20% 이상'으로 낮춰달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검토해 보겠지만 법과 시행령을 고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출총제의 대안을 놓고는 시각차가 뚜렷했다. 전경련은 출총제의 대안으로 사외이사 제도나 증권집단소송제도 등 시장 자율에 의한 감시장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권 위원장은 "한국에는 총수가 있는 재벌이 존재한다"며 "A→B→C→A기업의 형태로 이뤄지는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되, 기업에 부담이 덜 가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자율에만 맡기지 않고 순환출자를 막는 직접적인 규제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권 위원장은 회의 말미에 "친(親)기업적이냐 반(反)기업적이냐를 묻는 분이 있는데 저는 친 경쟁적"이라며 "경쟁을 잘하는 기업엔 친기업적이고 경쟁을 저해하는 기업엔 반기업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기업 CEO는 "공정위가 경쟁법 분야를 잘 다듬어 기업이 어떤 일을 해도 되고, 어떤 것은 하면 안 되는지를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통신.방송 등의 분야에서 주무 부처와 공정위가 이중 규제를 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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