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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2천원에 샤넬백 드는 중국인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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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사 2년차 중국인 A씨. 매주 그가 드는 가방이 달라진다. 그것도 죄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백. 특별히 금수저인 것도 아닌데.. 대체 어디서 가방이 자꾸 생기는 걸까.

고가 명품 공유 어플 인기 #품질 관리, 서비스 문제는 개선해야

# 입사 4년차 중국인 B씨. 뭐든지 쉽게 질리는 타입이라 옷을 사도 몇 번 입고 장롱에 처박아둔다. 그래서 요즘은 쇼핑도 잘 안하는 눈치. 그런데도 매일 입는 옷이 다 다르다. 갓 드라이클리닝한 뽀송뽀송한 향기도 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요즘 중국에선 공유 자전거도, 공유 배터리도, 공유 우산도 예전만큼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약간 한물 간 느낌.

대신 2030 젊은 중국인들이 빠진 게 있다. 공유 명품이다. 하루 10위안, 우리돈으로 1700원 정도면 명품백을 빌려 한껏 기분을 낼 수 있다. (물론 일부 인기 모델은 대여 요금이 더 비싸다)

샤넬, 구찌백 [사진 셔터스톡]

샤넬, 구찌백 [사진 셔터스톡]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저렴한 비용으로 매주 다른 명품 가방을 들 수 있어서다.

물론 누구나 10위안만 내면 명품백을 빌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천위안에서 수만위안에 이르는 보증금(디파짓)을 지불해야 한다. 꽤나 비싸지만 알리페이 즈마크레딧(芝麻信用) 신용등급이 높다면 일부 플랫폼에선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명품 공유 플랫폼이 유저에게 대여를 해주려면 가방과 의류를 풍족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플랫폼이 자체 보유한 물량도 있지만, 유저들이 평소 잘 들지 않는 명품백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다른 유저에게 직접 빌려줄 수도 있다. 행여 짝퉁이 섞이면 안되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적으로 매우 엄격한 감정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중국 명품백 대여 플랫폼 youmiao [사진 youmiao 홈페이지 캡처]

중국 명품백 대여 플랫폼 youmiao [사진 youmiao 홈페이지 캡처]

중국의 주요 명품백 공유 플랫폼으로는 유마오(有喵), 바이거(百格), trytry, 신상(心上), 바오쭈포(包租婆) 등이 꼽힌다. 바이거를 제외한 나머지 플랫폼 모두 알리페이 즈마크레딧 신용등급이 있다면 보증금이 100% 면제된다.

이중 항저우에 본사를 둔 유마오의 경우 월 399위안을 내면 횟수에 제한없이 명품백을 대여할 수 있다. 하루 대여 요금은 10위안이다. 브랜드 또한 에르메스, 샤넬, 구찌, 루이비통, 이브생로랑, 펜디, 디올, 셀린느 등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중국 주요 명품백, 의류 공유 어플들. [사진 왕이차이징]

중국 주요 명품백, 의류 공유 어플들. [사진 왕이차이징]

그런데 비단 명품백만이 아니다. 요즘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의류, 액세서리, 디지털 기기, 완구, 유모차 등 빌릴 수 있는 건 모조리 빌리고 있다.

과거 이들의 생활패턴이 구매→이용→버리기였다면, 최근에는 대여→이용→반납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이면서 친환경적이다. 이런 사람들을 중국에선 쭈이족(租一族)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하면 '대여족'이다.

중국 의류 공유 플랫폼 이얼싼(衣二三). [사진 이얼싼 홈페이지 캡처]

중국 의류 공유 플랫폼 이얼싼(衣二三). [사진 이얼싼 홈페이지 캡처]

공유 의류 어플을 이용하고 있다는 중국인 C씨는 월 정액제를 이용하고 있다. 깔끔한 오피스룩부터 개성 있는 명품옷까지 다양하다. 한 번 빌릴 때 3벌까지, 30일에 최대 30벌을 대여할 수 있다. 집까지 무료로 배송해주고 반납할 때도 와서 찾아간다.

게다가 빠르다. 밤 11시에 주문을 하면 다음날 아침 8시 전에 옷이 배송된다. 마음에 드는 옷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구제이기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편이다. C씨는 놀이도 즐긴다. 직장동료들과 단톡방을 만들어 매주 수요일에는 서로 비슷한 느낌의 옷을 입는다. 요즘 유행하는 시밀러룩(similar look) 놀이다.

시밀러룩을 연출한 트와이스. [사진 중앙포토]

시밀러룩을 연출한 트와이스. [사진 중앙포토]

고객이 입었던 옷은 드라이클리닝을 한다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입었던 옷인데 찝찝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C씨는 "어차피 옷을 살 때도 피팅룸에서 다른 사람들이 입었던 것을 입어보지 않느냐"며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공유 의류 업계에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다. 품질, 오염, 주문 취소의 불편함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벨트가 필수인 옷에 벨트를 빠트리고 배송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 이얼싼 홈페이지 캡처]

[사진 이얼싼 홈페이지 캡처]

품질 관리, 서비스 부분에서 아직 부족하지만 명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유 명품 사업은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017 중국 사치품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국 760만 가구가 명품을 구매했으며 연간 5000억위안(약 85조 565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전 세계 명품 3개 중 1개는 중국인이 사고 있는 셈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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