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최민식, 노대통령 원색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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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토론회’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FTA연구 의원모임 주최로 열린 ‘한.미 FTA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배우 최민식이 정부의 FTA협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영화 '올드보이'의 최민식씨가 24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노무현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했다. '한.미 FTA를 연구하는 의원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다. 이 모임은 열린우리당 김태홍 의원, 민노당 권영길 의원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최민식씨는 스크린쿼터사수대책위 대외협력위원장 자격으로 토론회 직전 인사말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FTA를 반대하는 국민의 충정 어린 비판을 집단 이기주의와 방해세력으로 매도하고 있다. 상식과 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최근 인터넷 토론회에서 '왕의 남자'로 스타 덤에 오른 이준기씨와 대화하면서 "한국 영화계가 (스크린쿼터 축소에)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고 했던 발언도 최씨의 공격 대상이 됐다. 최씨는 "지도자의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수준인지 실체를 봤다. 정책 관철을 위해 이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조롱하고 무시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버리고 자국민 설득부터 나서라"고 주문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최씨의 초강경 발언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최씨가 '1인 반대 시위'에 나서고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현 정부를 비난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주도한 토론회에서 대통령을 직접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30여명의 의원 중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20여명이나 됐다. 한나라당에선 고진화 의원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도 찬반 양론이 치열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원장은 "FTA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GDP와 후생수준. 고용이 각각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무역수지 적자와 금융투기화, 서비스산업의 적자 심화, 문화산업의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토론자 중 한 명인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한.미 FTA가 졸속으로 추진됐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한.미 FTA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실패한 직후였다. 현재 준비 상태로는 필패(必敗)"라며 "협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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