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혼란 준 88경축 TV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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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BS lTV의 『한강축제』(10일 밤7시30분) 와 『10개국 위성생방송-세계와 손잡고』(10일 밤12시30분 11일 밤 6시50분), MBC-TV의 이틀에 걸친 『88서울국제가요제 』 (10, 11일 밤7시)등을 통해 양방송사는 올림픽의 마지막 붐 조성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프로그램들은 규모·기획·출연진 등의 측면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것들이었다.
『한강축제 개막 제』는 오늘의 서울을 만들어내 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을 유치케 한 한강을 예찬하는 한 마당의 놀이였다고 할 수 있다.
한강축제는 배 위에서 축포를 쏘아 올려 강 위의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았고 강변무대에서는 국악·합창·대중가요·춤, 그리고 63빌딩에서는 첨단 레이저 쇼 등장과 땅·하늘, 물·불·빛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한마당을 이뤘다.
그러나 TV화면에 나타난 『한강축제 개막 제』는 그 큰 규모를 이겨내지 못하고 거대한 혼돈으로 빠져든 감이 있다. 어둠 속의 대형 야외무대에서 10여만 명에 이르는 시민이 모인 가운데 펼쳐진 생방송이라 그런지 관중들의 잡음·호루루기 소리 등 주변 부수 음이 화면을 압도해 버리는가하면 연출상의 실수 등도 눈에 띄었다. 때문에 우리의 놀이문화를 통해 한강의 의미를 여러 측면에서 부각시켜 보려는 무대에서의 노력에도 불구, TV화면은 혼란에 묻혀버리고만 듯한 느낌이었다.
KBS와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가 공동 기획한 『10개국 위성생방송』은 매스미디어 예술로서 비디오 아트의 특징을 잘 살려 서울올림픽 축하메시지로서 세계 10개국에서 보내는 각국의 특징적 문화를 입체적인 예술화면으로 구성해 냈다.
과천현대미술관에 전시된 백남준씨의 비디오 탑『다다익선』을 중심으로 한국의 농악, 레닌그라드의 재즈, 리오데자네이로의 삼바 춤 등이 예술적으로 결합되는 화면 등에서 비디오 아트의 보는 즐거움과 함께 궁극적으로 세계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화합을 위한 이러한 대형 쇼들을 보는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MBC-TV가 『88국제가요제』를 생방송하고 있는 시간에 KBS에서 『10개국위성생방송』을 재방 함으로써 두TV의 고질적인 대응편성의 경쟁적 불화를 그대로 드러냈다.
앞으로 올림픽기간 중 인기 있는 경기가 두 방송사에서 동시에 나가는 전파낭비로 인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 이경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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