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멈추는 현대重…"무책임한 투쟁구호로는 회사 못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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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크레인(왼쪽). 오른쪽 사진은 4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크레인(왼쪽). 오른쪽 사진은 4월 청와대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중단 촉구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울산의 해양공장을 8월부터 멈추기로 했다. 43개월째 일감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22일 담화문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강 사장은 이날 “가동 중단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여러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높은 원가 부담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중국ㆍ싱가포르 업체에 밀리고 말았다”며 “발주처와의 돈독한 관계가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제작비가 싼 곳이 선택됐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지금 우리의 고정비로는 발주 물량이 나와도 수주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것이 우리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용 구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강 사장에 따르면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들은 3분의 1가격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강 사장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비용을 줄이는 것 단 한 가지”라며 “무책임한 투쟁구호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무엇이 회사를 살리는 길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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