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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노 4만명 "한국인, 피임도 안해···적어준 주소엔 욕설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필리핀 현지의 코피노들. [연합뉴스]

필리핀 현지의 코피노들. [연합뉴스]

“필리핀에는 많은 코피노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빠를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 합니다.”

인터넷 사이트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 첫 화면에 쓰여 있는 글이다. 이 사이트는 ‘코피노(한·필리핀 혼혈아)’들이 아빠를 찾게 도와주는 사이트다. 아빠의 얼굴을 공개해 본인이나 지인이 아이 엄마와 연락이 닿은 경우에 정보를 지워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사이트를 통해 아이 아빠 40명이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이 사이트는 코피노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 아동단체 등에 따르면 현재 코피노는 최대 4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피노는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KBS에서 방송된 코피노 관련 다큐멘터리. [사진 KBS]

지난해 KBS에서 방송된 코피노 관련 다큐멘터리. [사진 KBS]

22일 이현숙 아동·청소년 보호단체 탁틴내일 소장에 따르면 코피노는 점점 느는 추세라고 한다. 이날 방송된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이 소장은 “코피노의 아이 아빠들은 다양하다”며 “유학생을 비롯해 현지 성매매하러 갔던 사람들, 현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사업차 방문하는 사람들 등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아버지로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방송에서 “코피노 이슈는 꽤 됐는데 여전히 아이를 낳아놓고 책임지지 않는 아빠들이 있어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며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 화가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학이나 사업은 기본적으로 최소 1년부터 최대 10년까지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많이 태어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한국인이 피임을 안 해”  

2016년 SBS 다큐 스페셜에서 코피노 문제를 다뤘다. 한 남성이 남긴 쪽지엔 주소 대신 욕이 있었다고 한다. 사진은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 운영자 구본창씨. [사진 SBS]

2016년 SBS 다큐 스페셜에서 코피노 문제를 다뤘다. 한 남성이 남긴 쪽지엔 주소 대신 욕이 있었다고 한다. 사진은 '코피노 아이들이 아빠를 찾습니다' 운영자 구본창씨. [사진 SBS]

이 소장은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라 낙태가 불법이기도 하고 피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문제기도 하다”라면서도 “현지 조사를 나갔을 때 보니 유독 한국 사람들이 피임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었다. 무책임한 관계를 많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한국 주소라고 알려줬는데 욕을 써놓고 간 적이 있어 중간에서 지원하는 분이 쪽지를 읽어줄 수 없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코피노 문제는 필리핀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 때문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코피노 아이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에서 책임을 지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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