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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친박-비박의 ‘엔들리스 싸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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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9호 35면

강민석 논설위원

강민석 논설위원

전설적 가수 김민기의 ‘작은 연못’이란 노래 주인공은 ‘붕어 두마리’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예쁜 붕어 두 마리/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여린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들어가/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듣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2016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 친박-비박 갈등이 어느 수위였는지 보여주는 『보수의 민낯, 도전 2022』이란 책이 나왔다. 저자는 김무성 당시 대표의 보좌관이던 장성철씨다. 책에 따르면 2016년 2월 청와대 연락책이라는 A가 김 대표를 찾아와 공천 불가자 명단을 들이밀었다. 유승민·이재오·정두언·김성태·김용태·김세연·조해진·김학용·박민식…. 비박계 의원들의 이름이 쭉 적혀 있었다고 한다. ‘살생부’에 오르게 된 이유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유승민과 친해서”(김세연), “유승민 밑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했으니”(조해진)…. 김 대표가 “이 사람들 공천 안하고 선거에 이기겠느냐”고 하자 A는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말 잘 듣는 80~90명만 당선되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지금 야권의 내리막길은 여기가 시작이다.

2016년 총선에 이어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한 한국당이다. 그 근본적 이유가 친박-비박 간 갈등과 분열에 있음을 누구나 안다. 똑같은 이유로 3연패했으니 이제 조금은 정신차릴법도 한데 친박-비박의 막장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친박 핵심이 모인다’,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박성중(비박) 메모’에 등장하는 이 섬찟한 표현이 지금의 한국당 수준을 말해준다. 누가 누구의 목을 치려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메모에 자극받은 친박은 비박 수뇌를 정조준해 퇴진(김성태)과 탈당(김무성)을 압박하고 있다. 비박도 “지긋지긋한 친박망령이 되살아나려 한다”며 뒤로 밀릴 태세가 아니다. 사실 이 싸움은 뿌리가 아주 깊다. 2007년 친이-친박 시절부터 이어져온 ‘엔들리스(endless) 싸움’이다.

김민기의 ‘작은 연못’을 한국당 상황에 비유한다면, 아마도 노래에 대한 실례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을 보면서 연못속의 ‘붕어 두 마리’를 떠올리지 않기란 참으로 어렵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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