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미·안시현과 친구" 22세 트로이카 시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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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아의 우승이 확정되자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한 소렌스탐이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스톡브리지 AFP=연합뉴스]

임성아는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춘 뒤 어머니 백영이(52)씨와 얼싸안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김)주미나 (안)시현이가 우승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척 부러웠어요. 이제 저도 첫 승을 거뒀으니 자신감이 생길 거 같네요."

임성아는 서울 구일초등학교 3학년이던 1993년 대한항공 기장이던 아버지(임용원.63)를 따라 미국 뉴욕에 갔다가 아버지가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골프 클럽을 손에 처음 쥐었다. 임성아는 이후 골프 명문인 세화여중.고를 거치며 기량이 급성장했다. 특히 고등학교 1학년 때이던 99년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됐고, 2001년엔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투어 타이거풀스토토 오픈에서 우승했다. 2002년엔 세화여고 동기생인 김주미(하이트맥주)와 함께 부산 아시안게임 여자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동갑내기 김주미.안시현과 '트로이카 체제'를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1m63㎝, 60㎏의 단단한 체격에 평균 250야드의 드라이브샷에 정확한 아이언샷을 자랑했다.

그러나 임성아는 2002년 프로 전향 이후엔 빛을 보지 못했다. 2003년에 김주미가 상금.다승.신인왕을 휩쓸었으나 임성아는 엑스캔버스 여자오픈에서 거둔 공동 4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안시현이 LPGA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장면은 TV로 지켜봐야 했다.

2부 투어를 거쳐 지난해 LPGA투어에 진출했지만 상금 랭킹 43위(28만7000달러)에 그쳤다. 올해 개막전인 SBS오픈에선 김주미가 우승을 차지할 때 공동 8위였다.

임성아는 "지난주까지 아빠가 따라다니시며 뒷바라지를 해 주셨는데 정작 우승할 때 아빠가 옆에 계시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퇴행성 관절염이 도져 이번 주 서울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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