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폼페이오 회담 제안에 답 안해 … 미국 정부선 ‘시진핑 배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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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12 회담에서 합의한 ‘고위급 후속 협상’이 지체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내세웠지만 북한이 협상 상대도 지정하지 않은 채 확답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후속 고위급회담 서두르는데 #김정은은 시진핑 만나며 속도 조절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는데 김 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속도 조절을 하는 양상이 재현된 것이다.

지난달 7~8일 중국 다롄에서의 2차 북·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은 6·12  정상회담 준비 협상에 불참하고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은 바 있다. 이 무렵 트럼프는 ‘시진핑 배후론’을 제기하며 불쾌감을 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19일(현지시간) “가능한 한 빨리 후속 회담을 갖자”고 3차 방북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회담 일정은 물론 협상 대표단 명단도 통보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국도 실무 대표 명단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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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날까지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정해진 게 없다”고 답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 정부와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내에선 ‘시진핑 배후론’이 여전하다. 후속 협상 지연의 배후에 중국의 역할이 있다는 의구심이다. 김정은이 폼페이오의 방북 일정을 확정해 주지 않은 채 시진핑을 만나러 방중한 것 자체가 의심거리다. 때마침 미·중 간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주의 깊고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이 최대한의 대북 압박에 협력하는 것과 미·중 무역적자를 시정하는 문제를 뒤섞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이 대북제재 카드를 미·중 무역전쟁에 지렛대로 이용하지 말라는 경고다.

하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시 주석이 북한을 지렛대로 활용하길 원하는 것처럼 김정은도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북한의 몸값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빌라하리카우시칸 전 싱가포르 대북 특사는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은 지난해 무역에서 트럼프를 상대하는 데 북한을 써먹은 것처럼 이번에도 김정은을 활용하길 바란다”며 “트럼프도 김정은과 관계개선을 이용해 중국을 압박하고, 김정은도 중국을 이용해 트럼프를 상대하는 물고 물리는 삼각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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