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제자리 찾기」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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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양평 남한강종합수련원에서 열린 민정당의원 세미나는 침체되고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민정당이 활로를 찾고 재건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몸부림을 보였다.
4·26총선 패배 후 민정당 안팎으로부터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한 채 지리멸렬한 모습이란질책이 쏟아져 나봤으며 실제로 당의 지지기반도 눈에 띄게 줄어들어 당 해체론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이번 세미나에선 그 같은 당의 현주소를 놓고 소속의원들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우려와 걱정, 솔직한 자책과 자성을 했고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대로 안 된다』는 위기론이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왔고 그에 따른 원인분석과 대책이 진지하게 논의됐다.
민정당은 잇단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나타난 자기비판·자기진단을 통해 전 전대통령 문제 등 몇몇 발등의 현안에 대한 처방전 및 새로운 활로를 마련할 작정이다.
그러나 진단결과를 앞으로 어떻게 당 운영에 효과적으로 반영할 것인지는 여전히 민정당의과제로 남아있다 하겠다.
○…자기진단은 첫날 박준병 사무총장이 먼저 질문형식으로 5개항에 걸쳐 문제제기를 한뒤 『당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의 실체는 무엇인지, 정국을 주도할 방법은 무엇인지 분명한 결론을 얻어내자』고 토론을 유도.
박 총장이 던진 5개항은 △당의 지지기반은 과연 동요되고있는가 △당은 창당이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가 △과반 미달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는가 △여소야대를 타개할 정치력이 없는 당인가 △시대조류에 적응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가라는 것으로 된 이 질문들이 바로 민정당 고민의 요체인 셈이다.
민정당측은 올림픽후의 정치상황에 대해 △특위정국이 본격화됨에 따른 여야의 대립 첨예화 △야권 3당간 정국주도권 치열-정국불안정 지속 △좌익 학생·재야세력들의 경쟁적인 체제도전과 반정부폭력시위는 공권력의 위상을 약화시켜 사회불안 점증 △노사대결양상 확산으로 사회· 경제불안 가속등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그 상황 속에서 민정당의 활로를 구할 대책을 논의했다.
의원들이 꼽은 당내 문제점은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대처 미흡과 5공화국과의 관계설정 불분명등 두 가지로 요약되는데 특히 전 전대통령문제 처리를 놓곤 『철저히 보호하든지, 아니면 깨끗이 단절하든지 당이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다수였다.
토론에선 『특위에서 5공 비리를 민정당에서 감싸려는 것 같은 인상을 풍김으로써 일부 국민들은 6공화국을 5공 비리 비호세력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고 이 문제를 엉거주춤 처리 못하고 있는 지도부에 대해 강한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 세미나에선 전두환 전대통령문제 처리방안이 처음으로 공식거론,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성역」으로 담을 쌓아놓았었고 이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내부의 미묘한 역학관계가 노출돼왔기 때문에 이번 전 전대통령 문제 공식거론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특히 이 문제가 당직자 입에서 먼저 발설됐고 의원들도 전 전대통령이 자진 해결토록 건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그에 따른 전 전대통령측의 반응과 사태추이가 주목을 끌고 있다.
정세분석실장인 손주환의원은 토론의제 동의형식을 빌어 첫 거론했지만 내용을 자세히 살 펴보면 처리방향을 암시하고 있어 개인 의견이라기 보다는 민정당 지도부의 의견으로 추측되기도 한다.
손의원은 △전 전대통령의 특위 소환과 조사문제를 당이 주도적으로 해결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공과를 분리, 분명한 업적인정과 확실한 과실인정 및 사과라는 2원적 해결책이 모색
돼야한다고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다. 「사과」라는 용어를 민정당 당직자가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 전대통령 문제처리가 민정당으로선 최대의 부담이 돼온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올림픽이후 특위가 본격 가동되면 이 문제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계속 야권에 질질 끌려다닐 수밖에 없으며 국민여론도 비등해져 이체는 더 이상 엉거주춤한 상대로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했다는 인식이 선듯하다.
손의원은 『보복·처벌심리를 완화해야 한다』고해 「사과와 업적인정-불처벌」 방식의 정치적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라는 추측까지도 낳았다.
문제는 전 전대통령의 사과를 어떻게 받아내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 전대통령 스스로가 해결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상책인 만큼 의원총의로 건의하자』 는 의견도 개진돼 앞으로의 민정당 움직임이 주목된다.

<양평=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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