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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식당] 5만원에 스시 20점…가성비 갑 '스시 아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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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식사 때마다 고민이라면 소문난 미식가들이 꼽아주는 식당은 어떠세요. 가심비(價心比)를 고려해 선정한 내 마음속 최고의 맛집 ‘심(心)식당 ’입니다. 이번 주는 롯데호텔 박인 재무팀장이 추천한 ‘스시아메’입니다.

스시아메의 초밥.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하루에 두번씩 신선한 재료를 받아 스시를 만든다.

스시아메의 초밥.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하루에 두번씩 신선한 재료를 받아 스시를 만든다.

“푸짐한 인심에 세심한 서비스까지”

롯데호텔 박인 재무팀장.

롯데호텔 박인 재무팀장.

호텔 살림을 책임지는 만큼 식사나 술자리가 잦은 박 팀장은 잠시도 고민하지 않고 한남동 ‘스시 아메(雨·비)’를 마음속 최고의 식당으로 꼽았다. “가게를 찾은 첫날부터 다른 스시야(초밥집)와 달리 넉넉한 인심에 감동했다”는 게 추천 이유다.
2013년 4월 아내의 생일을 기념해 맛집을 검색하던 그에게 유명 맛집 블로거들 사이에서 회자되던 스시아메가 눈에 띄었다.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인 아이를 데리고 방문했는데 셰프가 먼저 “애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냐. 어른 둘만 주문하면 알아서 주겠다”고 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도 작은 감동은 계속 됐다. 호텔에 근무하는 만큼 서비스도 중히 여겼던 박 팀장은 다시 찾은 자신을 바로 기억하고 말을 건네는 박 셰프의 인지 서비스에 만족하며 단골이 됐다. 이후 카운터에 앉아 셰프와 얘기하며 스시를 먹고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종종 영업 종료 시간을 넘긴다고 한다. 박 팀장은 “사람 입맛이 다 똑같은지 연예인도 종종 볼 수 있다”며 “미리 주문하면 계절 보양식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정의 심식당] #박인 롯데호텔 재무팀장 추천 ‘스시아메’

“생선에 따라 밥·와사비 양도 달라져야”   

한남동 리첸시아 1층에 자리한 스시아메 입구.

한남동 리첸시아 1층에 자리한 스시아메 입구.

서울 한남동 한남오거리 리첸시아 건물 1층에 검정 간판과 나무로 꾸민 작은 가게가 있다. 일식당과 스시야 등에서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박경우(38) 셰프가 2012년 문을 연 ‘스시아메’다.
한국형 일식집에서 요리하던 그는 동부이촌동의 유명 일식집 ‘기꾸’(*현재 방배동으로 이전)에서 일하며 본격적으로 스시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박 셰프는 “이전까지 일했던 한국형 일식당들에선 스시보다 요리 위주였는데 기꾸에서 3년간 일하며 스시만의 매력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꾸는 제철 생선과 조개류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네타(스시에서 생선을 가리키는 말)’에 따라 와사비(고추냉이)나 샤리(스시에 사용되는 밥)의 양을 달리 해야 한다는 것 등 스시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박 셰프를 찾는 단골도 늘었다.

스시를 쥐고 있는 박경우 오너셰프. 박 셰프는 제철 자연산 재료를 고집한다.

스시를 쥐고 있는 박경우 오너셰프. 박 셰프는 제철 자연산 재료를 고집한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데다 아이가 커가면서 느껴지는 가장의 무게감에 그는 자신만의 스시야를 열기로 결심했다. 서울과 경기도 곳곳을 다니며 장소를 물색했고 그때 발견한 곳이 지금의 자리다. “네 단골이 많은 동부이촌동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시작하라”는 지인의 조언 때문이었다. 그렇게 문을 열었고 가성비에 맛까지 두루 갖춘 스시야로 입소문 나기 시작했다.

하루 두 번 노량진서 직접 재료 공급  

스시아메의 초밥. 사진 왼쪽부터 참돔, 참치뱃살, 갑오징어, 단새우, 성게알.

스시아메의 초밥. 사진 왼쪽부터 참돔, 참치뱃살, 갑오징어, 단새우, 성게알.

식사 시간이면 식당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비결을 묻자 박 셰프는 재료를 꼽았다. 실제로 스시아메엔 수족관이 없다. 하루에 두 번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으로부터 직접 재료를 받기 때문이다. 좋은 재료를 받기 위해 값도 깎지 않는다. 또 거래처에 그날 물건이 남았다는 얘길 들으면 모두 구매해 손님에게 서비스로 준다. 거래처와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제철 식재료, 그 중에서도 되도록 자연산을 고집한다. 박 셰프는 “자연산이 양식보다 재료 특유의 단맛이 강해 맛이 좋다”고 설명했다. 네타의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같은 6월엔 코끼리조개·단새우·관자·참돔·참치 뱃살·고등어 등 네타의 가짓수만 18가지가 넘는다. 그는 “가게를 찾은 손님이 여러 종류의 스시를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다양한 네타를 준비해 둔다”고 했다. 점심엔 20~22점, 저녁엔 23~24점을 낸다. 샤리는 다른 스시야보다 단맛이 덜하다. “초의 비율을 높이고 단맛을 줄이면 재료 본연의 풍미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쥐어주는 스시를 맛보려면 카운터에 앉길 권한다. 스시아메엔 카운터에 8석이 있다.

바로 쥐어주는 스시를 맛보려면 카운터에 앉길 권한다. 스시아메엔 카운터에 8석이 있다.

스시아메는 작은 스시야다. 8석의 카운터(바)와 3개의 테이블뿐이다. 박 셰프는 스시 본연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이 중에서도 바에 앉기를 권한다. 셰프가 바로 쥐어주는 스시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카운터로 옮기는 동안 마를 수 있는 데다 온도의 영향으로도 맛에 미세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의자 6개 뿐인 아주 작은 스시야가 꿈"

갓 쥐어낸 스시들.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도록 샤리(밥)의 단맛을 줄여 만든다.

갓 쥐어낸 스시들.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도록 샤리(밥)의 단맛을 줄여 만든다.

재료 준비나 스시를 쥐는 법에 따라 스시 맛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박 셰프는 대부분의 시간을 가게에서 보내는데, 간혹 후배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자리를 비울 때가 있다. 유행하는 하이엔드 스시야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그는 “종일 가게에만 있으면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명 스시야들을 찾아가 맛·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고 말했다.
박 셰프는 가장 기분 좋은 순간으로 “맛있다” “잘 먹었다”며 손님이 먼저 인사할 때를 꼽았다. 그 말 한마디에 힘을 내 매일 스시를 만든다고. 그에겐 꿈이 하나 있다. 1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스시아메에서 일한 후 지금보다 더 작은 식당을 여는 것이다. 박 셰프는 “남들이 볼 땐 지금 가게가 작게 느껴지겠지만 혼자 모든 고객을 감당할 수 없는 나로선 너무 크게 느껴진다”며 “10년 후 아이가 성인이 되면 6석 규모로 나와 단골들만을 위한 놀이터 같은 식당을 열고 싶다”며 웃었다.
스시아메는 설·추석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다. 점심 스시코스 5만원, 저녁 스시코스 6만5000원, 저녁 오마카세 11만원이다. 점심은 오전 11시30분부터 3시까지, 저녁은 5시30분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전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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