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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반한 중국 만두, 정체가 뭐니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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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에서 톈진의 명물 거우부리(狗不理) 만두가 화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고속철을 타고 톈진에 가 거우부리 만두를 먹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직접 조물조물 빚기까지 했다. 곁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있었다. 그야말로 '우정 만두'를 빚은 셈이다.

거우부리에서 만두 빚는 푸틴. [사진 news.hsw.cn]

거우부리에서 만두 빚는 푸틴. [사진 news.hsw.cn]

사이좋게 거우부리 만두를 먹는 시진핑과 푸틴. [사진 웨이보]

사이좋게 거우부리 만두를 먹는 시진핑과 푸틴. [사진 웨이보]

푸틴은 6월 8~10일 칭다오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했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는 중국, 러시아 주도의 지역 안보경제협력체다. 중러 외에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정상이 참석했다. 시진핑은 국가훈장 제도를 만든 이후 처음으로 최고 권위의 '우의훈장'을 푸틴에게 수여했다. 그러면서 푸틴을 "가장 존경하는 대국 지도자이자 친한 벗"이라고 지칭했다. 

거우부리 본점이 있는 톈진. [사진 셔터스톡]

거우부리 본점이 있는 톈진. [사진 셔터스톡]

거우부리. [사진 바이두백과]

거우부리. [사진 바이두백과]

푸틴이 빚은 거우부리 만두, 대체 무엇인가.
톈진에 가면 꼭 먹는다는 만두이자(베이징에도 지점이 있다), 거우부리를 먹기 위해 일부러 톈진에 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하니 그 유명세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방중 기간 톈진 명물 거우부리 만두 빚어 #'푸틴 6겹 만두' 신메뉴도 출시

거우부리는 청나라 때인 1858년에 문을 연 160년 역사의 라오쯔하오(老字号)이기도 하다. 변법자강운동(1898년) 전후 위안스카이(원세개)가 서태후에게 거우부리 만두를 진상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라오쯔하오: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

거우부리(더쥐하오) 창업자 가오구이유. [사진 blog.sina.com.cn]

거우부리(더쥐하오) 창업자 가오구이유. [사진 blog.sina.com.cn]

거우부리(狗不理)의 유래  

청나라 말기 톈진에 더쥐하오(德聚号)라는 찐음식 전문점이 있었다. 이곳 주인 가오구이유(高贵友)는 아명이 개(狗子)였다(개똥이 정도?). 그가 만든 만두가 유독 맛이 좋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손님들은 대나무통에 돈을 넣고 알아서 만두를 가져갔다. 단골들은 농담으로 "개(狗)는 우릴 신경도 안 쓰네(不理)"라고 말했고, 이것이 지금의 거우부리로 굳어졌다. 직역하면 '개무시(...)'다.

거우부리는 특히 바오쯔(包子), 즉 찐빵 모양 만두에 있는 주름이 포인트다. 만두마다 최소 15개의 주름이 접혀있다고 한다. 전통 기술을 보존하기 위해 2011년 중국 국무원은 거우부리를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러시아식 만두. [사진 셔터스톡]

러시아식 만두. [사진 셔터스톡]

태어나 만두를 처음 빚어봤다는 푸틴은 주름 6개가 있는 만두를 만들었다. 러시아에도 만두와 비슷한 펠메니(пельме́ни), 피로시키(пирожки)가 있으니 꽤나 친숙했을 터다.

푸틴이 톈진 거우부리에서 직접 빚은 만두. [사진 진완바오]

푸틴이 톈진 거우부리에서 직접 빚은 만두. [사진 진완바오]

푸틴의 만두는 이렇게 생겼다. 겉으로 봤을 땐 주름이 대체 어디있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현지에선 이를 普京六褶包, 즉 푸틴 6겹 만두라 부르고 있다.

거우부리는 푸틴이 빚은 만두를 영원히 보존하기로 했다. 조만간 3D 프린터 회사에 만두를 보낼 예정이라고. 또 푸틴이 빚은 방식을 따라 푸틴 6겹 만두라는 신메뉴도 출시할 계획이다.

러시아에서 Go Believe로 소개된 거우부리. [사진 러시아 투데이 캡처]

러시아에서 Go Believe로 소개된 거우부리. [사진 러시아 투데이 캡처]

중러 우정의 상징(?)이 된 거우부리의 영문 이름 또한 화제가 됐다. 외신들이 거우부리를 Go Believe라고 소개한 것. 직역하면 '가서 믿어라'다. 만두집과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의 많은 식당들이 반강제로 영어 이름을 갖게 됐는데, 거우부리는 어쩌다 보니 발음이 비슷한 Go Believe(고 빌리브)가 돼버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깊숙이 봉인(?)돼있던 거우부리의 영문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각종 밈(짤방)을 생산하며 조롱 아닌 조롱을 하고 있다.

한편 푸틴 만두가 화제몰이를 하자 과거 중국을 방문한 세계 정상들의 식사 메뉴도 주목을 받았다.

[사진 시장성보]

[사진 시장성보]

문재인 대통령이 식사했던 메뉴 그대로 포장해온 한 네티즌. [사진 웨이보]

문재인 대통령이 식사했던 메뉴 그대로 포장해온 한 네티즌. [사진 웨이보]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서민 식당인 융허셴장(永和鲜浆)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유탸오(油条), 더우장(豆浆), 훈툰(馄饨), 샤오룽바오(小笼包) 네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이후 이 4종 메뉴가 '문재인 대통령 세트'가 됐다. 현지 네티즌들은 "친서민적"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메르켈 총리는 서양권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중국 대표 음식 궁바오지딩 조리법을 배웠다. [사진 네이버지식백과, 인민일보해외판]

메르켈 총리는 서양권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중국 대표 음식 궁바오지딩 조리법을 배웠다. [사진 네이버지식백과, 인민일보해외판]

2014년 중국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쓰촨성 청두에서 궁바오지딩(宫保鸡丁) 요리법을 배웠다. 궁바오지딩은 닭가슴살, 땅콩, 말린 홍고추, 간장 등으로 만든 중국 대표 음식이다.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도 만찬 테이블에 궁바오지딩이 오른바 있다.

[사진 봉황망]

[사진 봉황망]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2013년 방중 당시 샤브샤브 훠궈(火锅)와 함께 샹차이(香菜) 완자를 먹어 화제가 됐다. 샹차이는 고수를 가리킨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특유의 향 때문에(혹자는 세제맛이라고...) 잘 먹지 못한다. 캐머런 총리는 한 술 더 떠 고수 완자를 추가 주문했다고 한다. 이후 청두에 있는 이 훠궈집에선 고수 완자가 최고의 인기 메뉴가 됐다고.

[사진 봉황망]

[사진 봉황망]

스티븐 하퍼 전 캐나다 총리는 중국에 아예 그의 이름을 딴 요리가 있다. 바로 하퍼 돼지 허벅지 고기(哈珀肘子)다. 2012년 방중할 당시 이완쥐(一碗居)라는 베이징 전통 짜장면집에 방문한 그는 이곳의 겨자 소스가 마음에 들어 돼지 허벅지 고기를 찍어 먹었다. 후에 이완쥐에선 돼지 허벅지 고기와 겨자 소스를 세트로 묶어 판매했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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