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정전협정 대체" 6일만 공개, 비핵화-평화협정 교환 급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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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완전한 비핵화 댓가로 정전협정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완전한 비핵화 댓가로 정전협정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정전협정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 너무 늦기 전에 (북한을) 다시 여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 말이다.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세부 조치를 논의하는 후속 협상을 위해 3차 방북이 임박했다고 예고한 것이다.

폼페이오 "트럼프, 비핵화대신 정전협정 변경 약속, #싱가포르 약속 구체화 위해 너무 늦기 전 3차 방북" #가드너 상원의원 "CVID 보기 전 평화협정 비준 않을 것"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1953년 체결된 한국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로 합의했다는 내용을 회담 6일 만에 뒤늦게 공개했다.
그는 디트로이트 경제클럽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하기로 매우 분명하게 약속했으며, 이는 단순히 무기체계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보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필요로 하는 정전협정 변경과 안전 보장을 확실하게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는 이어 “우리가 이 두 가지(비핵화와 체제보장)를 부합하는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다면 수십년간 미국과 전 세계를 괴롭혀온 국제적 위협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대로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정전협정 변경을 약속했는지 확인을 요청받자 “우리는 그 과정이 어떻게 될지 세부 사항을 확정하고 있으며,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도 틀림없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도 “싱가포르 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 합의가 있었느냐”는 중앙일보 질의에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를 할 땐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목표와 더불어 평화의 메커니즘을 건설하기로 약속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공동 성명 2항은 “양국이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포괄적 조항이지만 비핵화와 평화협정 교환이란 구체적 합의가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후속 협상을 시작하는 대로 한국전쟁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ㆍ미 수교 등 평화체제 프로세스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약속을 6일만에 을지 가디언 프리덤 훈련 중단 발표로 이행한 것도 후속 협상을 서두르기 위한 신뢰구축의 일환”이라며 “후속 협상에선 본격적인 비핵화 단계 진입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종전선언ㆍ평화협정 및 수교 카드로 북한이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절차에 진입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여기(워싱턴)와 그곳(평양)에서 12일 싱가포르 약속을 뒷받침하기 위해 할 일이 많으며 이미 우리 팀이 작업하고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평화협정까지 공동 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깜짝 합의가 잇따라 공개된 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평화협정 자체가 본질에서 주한미군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이날 “평화협정은 한국전이래 유엔(사령부)의 역할을 끝내고 주한미군 철수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어느 시점엔 주한미군이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한 바도 있어서다.

이에 대해선 완전한 비핵화의 선행을 요구하는 미 의회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코리 가드너 상원 아태소위 위원장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ㆍ미 전략대화에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보기 전까진 평화협정에 대한 의회의 승인은 없을 것”이라며 “CVID보다 단 1분이라도 빨리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 명분으로 비싼 비용 절감을 든 데 대해서도 “북한이 다시 약속을 어긴다면, 한ㆍ미 동맹의 준비태세와 출동 대비태세 약화에 따른 비용이 연합 훈련 비용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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