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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당, 중앙당 해체 넘어 모든 기득권 내려놓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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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방선거에서 역사적 참패를 하고도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민의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쇄신방안이라고 내놓은 게 담벼락이 갈라졌는데 벽지만 새로 하는 격이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어제 수습방안으로 중앙당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자신이 중앙당 청산위원장을 맡고 당명도 바꾸겠다고 말했다. 마치 잘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비대한 중앙당 조직만 문제였던 것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당만 구조조정하고 당명만 바꾸면 수구반동적인 구태에서 벗어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건지 의아하다.

이는 홍준표 전 대표가 ‘마지막 막말’로 “인적 청산을 못 한 게 후회된다”고 토로한 것과도 결이 다른 진단이다. 게다가 15일 열렸던 비상의원총회에서 자신이 제기했던 한국당 해체 방안에서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바로 내부 반발에 부닥친 것도 다른 이유가 아니다.

홍 전 대표의 지적대로 한국당의 실패는 박근혜 정권의 국정 농단에 부역했던 친박 세력과 결별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김 권한대행은 비대위원회를 꾸려 인적 청산을 강하게 하겠다고 말하지만 청산해야 할 것은 친박 세력을 비롯한 구시대적 의원들이지 사무처 직원이 아니다.

중앙당 해체를 넘어 거의 당 해체에 버금가는 수준의 외부 인사 수혈이 필요하다. 박 정권에서는 친박으로, 홍 대표 체제에서는 홍 대표의 앵무새 노릇만 하던 초선의원들, 당의 미래보다 당권에만 관심 있는 중진들로는 개혁은 구두선일 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닌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 태어난 것처럼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러한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떠났던 보수 유권자들이 절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