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폼페이오 면전서 "美 협력이냐 대항이냐 택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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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을 향해 무역합의 효력 파기와 동등한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폼페이오-왕이 회견서 대북 제재 해제 기싸움도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일 미국이 관세 추가 부과를 포함한 무역 제재를 한다면 양국이 담판에서 달성한 모든 경제 무역 성과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난 4월 초 상무부와 외교부 대변인이 미국의 일방주의 언행에 대해 정식으로 입장을 표명했다”며 “만일 미국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 행태로 중국의 이익을 훼손하면 중국은 즉각 필요한 조처를 해 정당하고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관세 부과를 강행하는 즉시 지난달 워싱턴 2차 담판 합의를 파기하고, 지난 4월 초 미국산 대두와 자동차·항공기 등 5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25% 세율의 추가 관세 징수를 규정한 중국 상무부 34호 공고를 부활할 전망이다.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대응 준비를 마쳤다고 경고했다.
왕 국무위원은 “현재 우리는 두 가지 선택에 직면했다. 하나는 협력과 윈윈이고 하나는 대항과 상호패배다”라며 “중국은 이미 첫 번째를 선택했다. 미국도 똑같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희망한다. 물론 중국은 두 번째 선택에 응대할 준비도 이미 해놨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대중 무역 적자가 여전히 너무 크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보다 균형적이고 상호적이며 공정하도록 바로잡아 미국 노동자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기회를 갖는 것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강조했다”고 말했다.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다는 의미다.

무역 관세에 대한 우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언급했다. 시 주석은 14일 밤늦게 폼페이오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이 대만과 경제무역 마찰 등 민감한 문제를 신중히 원만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 마찰로 미·중 관계가 방해를 크게 받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폼페이오 장관을 인민대회당 푸젠 청에서 접견했으며, 좌석은 대등하게 배치됐다. 폼페이오는 시진핑 주석의 생일을 하루 먼저 축하했고, 시 주석은 웃으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한편, 전날 폼페이오-왕이 기자회견에서는 유엔 대북 제재를 둘러싸고 미국 기자와 왕 국무위원 사이에 미묘한 실랑이가 발생했다.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에게 질문 기회를 받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는 “왕 국무위원에게 묻겠다”며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해체의 핵심 조치를 2년 반 정도 짧은 시간에 취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이런 조처를 할 때까지 제재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중국은 이 접근법을 지지하는가? 중국은 향후 2년간 북한이 비핵화 조처를 하도록 압박할 것인가. 북한이 조처할 때까지 제재 완화 보류를 약속할 것인가”라며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캐물었다.

왕 국무위원은 긴장된 표정으로 “이 문제는 폼페이오 선생이 대답해야 한다. 방금 북한과 매우 깊고 구체적으로 소통했기 때문”이라며 예봉을 피한 뒤 답변을 이어갔다.

“중국 입장은 여러분 모두 무척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변함없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실현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여긴다. 또 한반도 평화 기제를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미·중 양국, 북한 및 관련 국가를 포함해 커다란 목표에서 우리는 완전히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공동성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비핵화 과정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그 구체적 절차와 방식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말했듯이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협상이 필요하다. 중국은 당연히 이 과정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겠다.”

왕 국무위원은 대북 제재에 대한 답변은 피한 채 원론적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폼페이오 장관이 나섰다.
“바로 이 주제를 놓고 왕 국무위원과 나는 건설적인 토론을 가졌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여기에는 완화 메커니즘도 포함된다. 우리는 적절한 시간에 고려될 것이라고 합의했다. 하지만 우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경제 원조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졌을 때 받게 될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해제는 없으며 중국도 기본적으로 합의했음을 강조한 것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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