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외국기업 끌어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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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완구업체 레고, 2005년 8월 한국 공장 철수. 모토로라, 2005년 말 한국 휴대전화 공장 설비 중국으로 이전. 세계 최대 제약사 화이자, 올 7월 한국 생산 중단 계획. 노키아와 소니도 올 하반기부터 한국에서의 생산량 일부를 중국.인도.동남아로 돌리기로 확정…. 최근 들어 외국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한국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고 있다. 대신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등지로 발길을 돌리는 상황이다.

인건비 부담과 치솟는 원화 가치가 사업 축소의 원인이란 얘기다. 근로자를 탓할 일은 아니다. 한국소니전자 등 외국 기업 노동조합은 공장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근 2년간 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하는 등 안간힘도 썼다. 소득 2만 달러에 가까워질 정도로 한국이 잘 살게 된 게 문제라면 문제다. 한국 임금의 10분의 1만 줘도 되는 곳이 있는데 굳이 한국에서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 떠나는 기업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떠나는 외국 기업을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인가. 외국인 직접투자는 국내 한 해 총투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이게 크게 줄면 나라 살림살이가 쉽게 좋아지기 힘들다.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계속 유치해 경제 발전을 이어갈 방도는 없는 것일까. 있다. 비결은 '인력'에서 찾아야 한다. 영국처럼 소득 3만 달러 내외의 나라들에도 외국인 투자가 유입된다. 영국에는 디자인이나 바이오 산업과 관련한 외국인 투자가 쏟아진다. 대학과 전문 양성기관에서 우수한 디자이너와 바이오 연구개발(R&D) 인력을 쏟아내니, 이 인력을 활용하려고 글로벌 기업들이 영국을 찾는 것이다. 삼성과 LG도 영국에 디자인 센터를 세웠다.

산업연구원 장윤종 박사는 "인력의 질에 따라 투자가 좌우되는, 그런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LCD.반도체.자동차 부품 등의 첨단 분야와 바이오.디자인.금융 서비스 등의 인력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기업.정부.교육기관이 힘을 합쳐 어떻게든 이 분야 인력의 질을 높임으로써 외국 투자가들에 '매력 있는 나라'로 보여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기업이 한국에 몰린다.

권혁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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