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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선입견 없어 가능했던 실험적 디자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홍대 앞에 들어선 라이즈 호텔 작업에는 외국 기업들의 참여가 많았다. 브랜딩을 책임진 홍콩의 ‘마크 & 샹탈’,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런던의 ‘미켈리스 보이드’ 등. 하지만 이들에겐 서울에 상주할 만한 인력이 없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여러 차례 만나 콘셉트 회의를 했지만 실제로 서울에서 현장 작업을 디렉팅할 여력도 없었다. 때문에 서울에 상주하는 또 다른 건축 디자인 파트너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맡은 팀이 ‘인테그’의 송승원(39), 조윤경(34) 대표다.

 인테그의 송승원, 조윤경 대표. 두 사람은 라이즈 호텔 전체 디자인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약하는 한편 객실용 소파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인테그의 송승원, 조윤경 대표. 두 사람은 라이즈 호텔 전체 디자인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활약하는 한편 객실용 소파를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의 역할은 ‘프로젝트 매니징’이었다. 콘셉트 회의에서 결정된 러프 스케치를 현지사정에 맞도록 디자인을 바꾸고 알맞은 소재를 선택하는 등 구체적인 이미지로 완성시키는 일을 책임졌다. 쉽게 설명하면 베토벤이 곡을 만들면 그 악보를 받아 현장에 맞게 재해석해 연주를 해내는 피아니스트의 역할이다.
“회의에서 1층 로비를 ‘핑크색과 회색의 대조된 질감으로 가자’는 콘셉트가 정해지면 핑크색 바닥은 유리처럼 매끈거리는 레진으로, 거친 회색 벽은 돌 대신 콘크리트로 하자는 현실적인 결정과 실행을 했죠.”(조윤경)
유학 후 서울로 돌아와 사무실을 내고 맡은 첫 작업이 호텔 프로젝트였던 만큼 두 사람은 책임감과 긴장감이 컸다고 한다.
“파트너인 미켈리스 보이드의 디자인은 국내에선 처음 보는 실험적인 것이 많아서 현장과 맞게 풀려면 다양한 디자인 해석이 필요했죠. 그만큼 어렵고 현지사정에 맞게 고민할 것도 많았지만 오히려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는 ‘뭐는 되고 안 된다’는 선입견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는 도전정신으로 즐겁게 해낼 수 있었습니다.”(송승원)
두 사람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구 디자인까지 해냈다. 앉았을 때 가장 편안한 등받이 높이를 연구하고, 한국적인 곡선미를 살린 소파는 독일 가구 회사 플로토(flototto)의 눈에 띄어 현재 본격적인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들의 두 번째 프로젝트는 춘천에 있는 4층 규모의 건물 ‘해솔학교’다. 탈북청소년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대안학교로 중앙이 뚫린 아트리움 형태를 계획 중이다. 자연스러운 만남과 소통을 시각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두 사람은 “이 또한 국내에선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작업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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