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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차장 직원, 군인, 치과의사, 난민...러시아에 모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일 볼리비아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펴지자 축구대표팀의 군인 홍철과 김민우, 현역 경찰 주세종(맨 오른쪽부터 순서대로)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볼리비아전을 앞두고 애국가가 울려펴지자 축구대표팀의 군인 홍철과 김민우, 현역 경찰 주세종(맨 오른쪽부터 순서대로)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는 두 명의 군인과 한 명의 경찰이 있다. 측면 수비수 홍철과 김민우(이상 상주)는 각각 병장과 일병인 현역 군인이다. 그리고 미드필더 주세종(아산)은 경찰청 소속으로 병역의 의무를 소화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참가 32개국 최종 엔트리를 통틀어 무적(無籍) 신분을 제외하고 최저 연봉을 사실상 확정지은 선수들이기도 하다.

4년 전 군인 신분이던 공격수 이근호는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후반 23분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한국의 선제골을 넣었다. 득점 직후 각 잡힌 거수 경례를 함께 선보여 대한민국 군인의 위상을 높였다는 찬사를 함께 받았다. 연봉 100만원대 초저가 선수가 100억원대 골키퍼(이고르 아킨페프)를 뚫고 골을 넣은 소식은 해외 언론도 ‘흥미로운 뉴스’로 보도하며 주목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득점한 뒤 거수경례하는 이근호. [대한축구협회]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러시아와 첫 경기에서 득점한 뒤 거수경례하는 이근호. [대한축구협회]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736명이 축구선수들 중에는 이들 못지 않게 특이한 이력을 지닌 선수들이 있다.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는 세차장 직원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다. 1m93cm의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차체가 높은 4륜구동 SUV 차량을 닦았다. 영국 방송 BBC는 “유목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세차를 포함해 다양한 직업을 소화했다. 의류공장이나 피자가게에서 일한 적도 있다”면서 “이란의 간판 수문장으로 발돋움한 베이란반드는 아시아 최종예선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11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아 이란의 2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이란대표팀 주전 수문장 베이란반트(맨 왼쪽)는 어린 시절 세차장에서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4륜구동 SUV 차량을 세차한 이력이 있다. [AP=연합뉴스]

이란대표팀 주전 수문장 베이란반트(맨 왼쪽)는 어린 시절 세차장에서 큰 키와 긴 팔을 이용해 4륜구동 SUV 차량을 세차한 이력이 있다. [AP=연합뉴스]

호주 수비수 밀로스 데게넥(요코하마)은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이후 코소보 내전이 발발하자 가족들과 함께 슬로베니아로 피난해 난민 생활을 했다. 지난 2000년 호주 시드니에 도착할 당시 그가 가진 건 잡동사니가 든 가방 두 개와 400달러 뿐이었다. 데게넥은 “어린 시절 전쟁을 겪으며 봐서는 안 될 장면들을 많이 봤다”면서 “나를 호주 국민으로 받아준 이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호주 미드필더 밀로스 데게네크가 지난해 열린 독일과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볼이 터치라인 밖으로 흐르자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호주 미드필더 밀로스 데게네크가 지난해 열린 독일과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에서 볼이 터치라인 밖으로 흐르자 몸을 던져 막아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나라 전체 인구가 서울시 도봉구 수준(35만명)에 불과해 월드컵 본선 참가국 중 역대 최소 인구 신기록을 세운 아이슬란드의 경우 사령탑 헤이미르 할그림손 감독이 현역 치과의사다. 선수들을 지도하지 않을 땐 자신의 치과에서 환자들을 돌본다. 베테랑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은 영화감독 겸 TV 광고 프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현역 치과의사로 활동 중인 헤이미르 할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현역 치과의사로 활동 중인 헤이미르 할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표팀 감독.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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