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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기·성조기 6개씩 나란히 “북, 미국과 대등하게 보이기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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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공기·성조기

인공기·성조기

1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 회담장 입구엔 북한의 인공기와 미국의 성조기가 6개씩 번갈아가며 나란히  배치됐다(사진).

북한 정권 정통성 인정받는 효과 #북 요구로 대표단 인원 등도 같아

두 정상은 국기를 배경으로 처음 대면해 악수하는 모습으로 역사적인 회담의 시작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장면은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외교무대 데뷔를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 일렬로 서 있는 같은 수의 양국 국기 앞, 레드카펫의 정중앙에서 미국 대통령과 대등하게 섰다는 것만으로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회담 준비 과정부터 이 점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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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NN은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모든 면에서 미국과 동등하게 보이기를 원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북한은 정상회담 및 보안과 관련, 전 세계에 미국과 동등하게 보이는 것을 매우 의식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국기 수를 포함 대표단의 숫자 등을 동수로 정했다.

미 워싱턴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진 리는 CNN에 “(두 사람이 악수하는 장면은) 미국이 북한을 동등하게 여기고 대우한 순간으로 북한에서 기념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경제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설령 이날 회담으로 대북제재가 완화되지 않는다 해도 김정은은 (악수하는) 사진만으로 회담에 참석할 충분한 이유를 얻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선 성조기와 인공기의 나란한 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보좌관 출신인 제러미 배시는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성조기와 인공기를 일렬로 설치한 것에 대해 “미국 대통령의 업적이 아니라 김정은에게만 엄청난 성과를 안겨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평론가 다나 로시도 “마치 동등한 것처럼 우리 국기가 (북한 국기와) 나란히 서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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