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지가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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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중대한 국가문제가 된지도 오래됐다.
수도권은 이제 초만원을 넘어 폭발할 지경에 있으며 이대로 가다가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해 영영 손수 없는 상황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교통은 모든 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이 되 다시 피해 마비상태가 만성화되었고, 질식 할 듯한 공해, 폭증하는 범죄로 황폐화되고 있다. 도시는 인간답고 아름다와야 하는데 비인간화로 살벌해지고 괴물로 변하고 있다.
인구만 해도 수도권 면적이 전 국토 1할에 불과한데 전 인구의 39%나 살고 있다. 서울 하나만 보더라도 국토의 0·6%도 안 되는 비좁은 땅에 전 인구의 4분의1이 북적대고 있다. 대학생의 47% 제조업체의 52%, 금융의 60%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이 같은 과밀, 편중의 이상 비대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국가자원의 효율적 배치라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휴전선을 코앞에 둔 국가안보라는 측면에서도 여간 걱정거리가 아니다
수도권이 이지경이 된 데는 그만한 원인이 있다. 그 중에서도 나라의 자원이라는 자원, 다시 말해 권력과 부와 명예의 자원이 서울에 집중된 중앙집권적 정치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강한 정경유착은 기업이 서울에 거점을 두지 않으면 발전하거나 살아남기 힘들게 되어있어 기업과 사람이 수도권을 향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병폐를 내포하고 있다. 서울에 가야 출세도 할 수 있고, 이권도 얻어낼 수 있고,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서울에 가면 좋은 일자리도 구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고, 문화적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자녀들의 진학에도 유리한데 뭣 때문에 시골이나 지방도시에 머물러 있겠는가. 정부가 수도인구의 감량처방으로 서울 유입세 신설 등 별의별 방안을 구상했지만 인구유입을 못 막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의 인구분산시책은 기껏해야 총리실이나 건설부 또는 서울시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되고 연구되었을 뿐 집권자의 강한 정책의지로 실천에 옮겨지지는 못했다. 국가권력을 분산 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집중시키기 만한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인구밀집을 가속화시켰다.
이런 점에서 노태우대통령이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에 관심을 나타내고 인구 분산책을 과감하고 일관되게 실천토록 지시한데 기대가 간다
인구분산은 첫째로, 기발한 묘안이나 방안보다 강한 실천의지가 밑받침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 둘 수 없다. 그건 과거의 경험이 충분히 입증하고 있다.
분산시책은 어느 부처나 몇몇 장관이 추진하거나 서두른다해서 성공 할 수 없고 집권자의 시행의지와 단안이 요구된다.
둘째는 분권화다. 중앙부처가 관장하고있는 행정권한의 지방 이양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의 지방이양이 뒤따라야한다.
말 그대로 진정한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 애향심은 물론 지방 주민의 정치참여욕구나 내 고장을 내가 가꾸고 꾸민다는 보람과 욕구를 충족시켜 지금처럼 너도나도 고향을 등지는 일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행정권한 이양 역시 지금까지는 이른바 껍데기만 지방기관에 이관해주었으나 실질적인 권한을 대폭 건네주는 과감성을 보여야한다.
지방에서도 양질의 교육과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고, 일자리가 마련되고 출세의 기회가 균등하게 부여 된다면 애써 살벌한 서울로 떠나는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수도권에 밀집된 거대한 대학이나 몇몇 행정기관과 연구기관이 지방으로 옮겨가더라도 인구 분산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인구소산정책은 이처럼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검토아래 과감하고 꾸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정치의 분권화가 핵심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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