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은 단백질 종류 관계없이 충분히 먹어야 비만 예방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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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 이상 고령층은 동물성·식물성 등 종류와 관계없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비만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살이 찔까봐 고기 대신 두부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병원리포트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팀 #"2549명 대상 비만 지표 측정 #단백질 섭취량 많은 그룹 #허리둘레·체질량지수 감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 연구팀은 2013~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0세 이상 남녀 2549명을 대상으로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허리둘레·체질량지수(BMI) 등 비만 지표를 측정해 그 결과를 분석해 발표했다.

먼저 연구팀은 대상자를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눴다. 남성의 경우 최소 단백질 섭취 그룹은 하루 평균 36.3g, 최대 단백질 섭취 그룹은 평균 107.3g을 먹어 3배쯤 차이가 났다. 여성 역시 최소 섭취 그룹은 하루 평균 26.8g의 단백질을 섭취해 최대 섭취 그룹(하루 평균 84.4g)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를 보면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식물성 단백질보다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더 많이 증가했다. 단백질은 공급원에 따라 식물성 단백질(두부·견과류 등)과 동물성 단백질(육류·계란 등)로 나뉜다.

남성의 경우 최소 섭취 그룹에 비해 최대 섭취 그룹이 식물성 단백질은 2배가량, 동물성 단백질은 6배 이상 더 많이 섭취했다. 여성도 이와 비슷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기존의 해외 연구에 따르면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비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단백질 섭취량과 비만 간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그룹별 허리둘레·BMI를 측정했다. BMI는 25㎏/㎡ 이상, 허리둘레는 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일 때 비만으로 진단한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남녀 모두 하루 단백질 섭취량이 많을수록 BMI와 허리둘레가 감소했다. BMI의 경우 남성은 최소 단백질 섭취 그룹이 24.2㎏/㎡, 최대 단백질 섭취 그룹은 22.2㎏/㎡였다. 여성 역시 최소 섭취 그룹은 25.5㎏/㎡, 최대 섭취 그룹은 23.3㎏/㎡로 남녀 모두 단백질 섭취량과 BMI가 반비례 관계를 보였다.

허리둘레 역시 남성은 최소 섭취 그룹이 87.3㎝, 최대 섭취 그룹은 81.5㎝로 단백질을 많이 먹은 쪽이 더 가늘었다. 여성도 최소·최대 섭취 그룹의 허리둘레는 각각 85.6㎝와 79.9㎝로 남성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는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과 비만 위험도가 ‘J자 곡선’을 그리기 때문일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량이 적어 일정 기준까지 섭취하는 게 오히려 비만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박현아 교수는 “단백질은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의 분비를 억제하고, 포만감을 늘려 과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단백질은 비만 위험을 낮출 뿐 아니라 근감소증 예방, 면역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만큼 종류를 따지지 말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트(Nutrients)’ 최근호에 실렸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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