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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새미·리」 박사 특별 기고|지구촌에 「코리아」 명성 드높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대표적인 올림픽 영웅은 두말할 것 없이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 선수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인 2세 「새미·리」는 이에 못지 않게 세계에 잘 알려진 슈퍼스타다. 그는 부모가 한국인인 순혈 동포이기에 한국이 낳은 또 하나의 영웅이라고 할수 있다. 48년 런던 올림픽과 52년 헬싱키 올림픽 다이빙을 2연패한 「새미·리」박사 (68·로스앤젤레스 거주·이비인후과 의사)는 그동안 「루가니스」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양성했으며 64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한국 다이빙 선수들을 특별 지도하면서 강한 동포애를 보여왔다. 서울 올림픽에 남다른 감격을 느낀다는 「새미· 리」 박사는 서울 올림픽 조직 위원회의 특별 초청으로 개회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음은 「새미·리」 박사가 본지에 보내온 특별 기고다.
『먼저 중앙일보의 주선으로 고국에서 열리는 인류 최대의 제전에 참석하게 된 것을 생애의 영광으로 생각하며 초청에 힘써준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이번 서울 올림픽은 나의 모국에서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면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 뜻깊은 대회라고 생각된다.
우선 서울 올림픽이 근래에 보기 드물게 전인류의 일치된 화합을 보여줄 대회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사상 최대의 참가국과 참가 선수단이 서울 잠실벌에 한데 모인다는 것은 곧바로 서울이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핵심 도시로 떠오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72년 뮌헨 대회 이후 올림픽은 세계 젊은이들의 꾸밈없는 잔치라는 본래의 숭고한 취지와는 달리 테러리즘, 인종 차별, 강대국의 횡포 등으로 얼룩져 왔었다.
그러나 아직도 분단의 아픔으로 진통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여러가지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찬연한 올림픽 성화를 밝히게 됨으로써 올림픽 본연의 의의를 되찾게 된 것은 서울 대회의 의의를 배가시켜주는 동시에 한국인의 긍지를 높여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나는 또한 과거 올림픽 선수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대회에서 수많은 신기록이 수립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양대 올림픽인 80모스크바 대회와 84 LA올림픽은 개최국과 이해 관계가 상충된 국가들이 대거 불참함으로써 대회의 모양은 물론 올림픽의 결실로 꼽을 수 있는 선수들의 기록 또한 저조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88서울 올림픽에는 모든 경기 부문에서 세계 각국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양의 동서와 이념의 좌우를 떠나서 대거 참여하게 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그에 따른 기록 경신도 화려하게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음으로 서울 올림픽은 그동안 한국인의 소망으로만 담겨왔던 「세계속의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실현시키는 기회가 되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최근 나는 미국의 언론 매체를 통하여, 또는 많은 미국인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코리아에 대한 인식이 현저하게 달라졌음을 느낄수 있었다.
특히 6·25 동란에서 남편과 자식 또는 친지를 잃은 유가족들로부터는 자신들의 혈육이 희생된 대한민국에서 올림픽이 열린다는데서 커다란 위안과 보람을 느낀다는 얘기를 자주 들어오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서울 대회가 올림픽의 숭고한 전통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과 함께 지구촌 전역에 코리아의 명성을 드높이는 호기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좋은 사례들인 것이다.
이같이 엄청난 의의를 앞에 놓고 볼때 한국인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꼭 한가지를 말하지 않을수 없다.
서울 올림픽은 화려함의 극치를 표출하는 잔치가 아니라 오히려 역사의 흐름 속에 자신을 희생해가며 조국을 지켜온 조상들의 피와 땀이 응축된 엄숙한 제전이라는 것 말이다.
이제 막이 오를 날도 3주 앞으로 다가와 우리 민족의 설렘은 절정을 향해 치솟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막바지 준비 단계에서 또한 대회가 끝날 때까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 「안전의 유지」다.
미국 속담에 「군대 병력도 미친 사람 하나는 못 당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작든 크든 어떤 형태의 테러가 일어나면 올림픽의 의의는 무산된다.
온민족이 즐겁게, 그리고 무사히 대회를 끝마치게 되기를 기원한다.
서울행 비행기 타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8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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