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학술 대회 참가「루더」「미즈」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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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 수유동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국제 올림픽 학술회의 제1분과 참가학자「마리아·미즈」여사(서독)와「로즈마리·루더」여사(미국)가 회의 도중 틈을 내 기자들과 만났다.
「미즈」여사는 여성학과 가족 사회학의 세계적 권위자이고「루더」여사는 여성학·신학의 권위자.
두 사람이 이번 학술 회의에 참가하게 된 경위는 각각 자신들의 모국에 있는 한국인 학자들의 주선에 의한 것.
「미즈」여사의 경우 최근 그녀가 펴낸『여성, 최후의 식민지』라는 책이 출간 직후 국내에서 번역 출판되기도 했고「루더」여사도『메시아 왕국』이라는 책을 통해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학자다.
다소 급진적인 여성 해방운동 이론가들인 이들은 후기산업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변화와 역할 증대에 대해『낙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여성학이란 말이 내용에 비해 너무 선전되어있어 마치 여성 해방이 이루어진 듯한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여성학은 어떤 학문적 근거가 있다기보다 여성 해방 운동에서 출발한 것이고 따라서 학문적 탐구보다 계몽이 주목적』이라는 것이 이들이「여성학」을 보는 자세다.
이들은 또「후기 산업사회」라는 개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산업화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계속「진행 중」인 것이다. 산업화의 진전을 의미하는 기술 발전은 몰가치적인 것으로 역사상 항상 지배-피지배의 관계를 강화,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용되어 왔다』며『비약적 기
술 발전에 의해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장미 빛 미래로서의 후기 산업사회는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또『만약 비약적 기술 발전을 통해 전 세계인이 현재 서구사회 수준의 소비 생활을 누리게 되면 지구의·자원은 순식간에 바닥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서구의 소비수준을 끌어내림으로써 전 인류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루더」여사는『여성 해방은 현존하는 위계적 남녀관계를 상호 봉사하는 관계로 바꾸어 사회를 구원하자는 이념』이라고「여성 해방」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 강영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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