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구성진 북녘소리 한판 들어보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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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진=김성룡 기자]

남북 분단 이후 가슴 아픈 일 중 하나가 북녘땅에 전해오는 민요를 들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해방 후 월남한 토박이 소리꾼들은 2001년 타계한 오복녀 명창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북한에서도 1997년 김진명 명창이 타계하면서 맥이 끊길 위기에 놓여 있다. 더구나 북한에서는 유난히 구성지고 슬픈 가락이 많은 서도민요를 '어렵고 고달프게 살던 시절에 불렀던 소리'라고 해서 별로 환영하지 않는다.

한국서도연희극보존회를 이끌면서 서도 민요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유지숙 명창(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원.사진)이 황해도.평안도의 서도 민요는 물론 함경도 민요까지 보태 실향민의 아픈 가슴을 달래는 무대를 꾸민다. 28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유지숙의 북녘소리-토리'다.

"MBC 라디오에서 출반된'북녘 땅 우리소리'를 열 번도 더 들었어요. 그중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것을 가려 뽑았습니다. 함경도 민요는 서도소리가 아닌 동부 민요에 속하지만 어차피 북녘소리라는 점에서 서도소리꾼의 몫이 아닌가 싶어요. 퉁소 반주가 인상적인 '애원성'을 비롯해 '전갑섬 타령''투전타령'을 재현해보았습니다." 김진명 명창이 생전에 즐겨불렀던 '산천가'는 해방의 기쁨을 노래한 곡. 뱃사람들이 만선의 기쁨을 노래하며 불렀던 '봉죽타령''술비타령' 등 서도 뱃노래들도 '산천가'와 함께 처음 무대에 오른다. 흥겨운 타령 장단으로 펼쳐지는 황해도 구음(口音.가사 없이 흥얼거리는 노래)에 맞춰 무용가 진유림이 즉흥무를 선보인다.

유씨는 92년 전국국악경연대회 성악부 금상, 94년 한국국악협회 민요경창대회 서도소리 최우수상, 95년 서울국악대경연 민요부 금상을 받았다. 02-744-8060.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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