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시장 어수선 … 한쪽선 강행, 한쪽선 포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부담금 도입, 안전진단 강화 등을 골자로 한 3.30 재건축대책 이후 재건축 시장이 어수선하다.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사업 포기 움직임이 감지된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들도 늘고 있다. 반면 각종 부담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을 하겠다며 이제 사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리모델링 등 대안 찾기 분주=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에 사업을 포기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2003년 말 추진위를 구성한 뒤 아직 예비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은 지난 13일 모임을 열고 재건축을 포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추진위 동의 철회서를 구청에 제출해 동의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려 추진위가 해산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김영철씨는 "재건축을 추진한 지 4년이 넘도록 예비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하는 등 얻은 게 아무것도 없다"며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바꿔 재건축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으로 고개를 돌리는 추진위 구성이나 조합설립 단계의 서초구 일대 중고층 단지들이 부쩍 늘었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재건축에 반대하는 주민이 늘고 있다"며 "조합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재건축을 고수하고 있어 재건축 추진 중고층 단지들에 사업방식을 둘러싼 주민 갈등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준공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재건축 허용연한이 되지 않은 곳에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다. 1985년 준공된 송파구 오금동 우창이 이달 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고, 84년 지어진 같은 구 문정동 가락현대1차, 송파동 한양2차도 사업설명회를 준비하고 있다.

송파구 풍납동 극동은 내년 준공 20년이 돼 리모델링이 가능하지만 벌써부터 추진위를 만들며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88년 완공된 동작구 흑석동 명수대현대도 추진위를 구성하고 주민설명회 등을 개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리모델링이 탄력을 받기도 한다. 2004년 6월 삼성물산과 GS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뒤 별다른 진척이 없던 광진구 자양동 워커힐아파트는 사업을 재촉해 다음달 이들 두 업체의 공동설계안에 대해 주민설명회를 하기로 했다. 앞서 주민들은 리모델링을 위해 지난달 확정된 서울시의 재건축예정구역 지정을 철회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지은 지 30년이 가까워오면서 시설 노후도가 심각해지자 리모델링에 시큰둥하던 주민들도 찬성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재건축'=81년 지어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 1.2.3차는 최근 구청에 조합설립인가추진위 승인 신청을 했다. 1842명의 주민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3명이 동의했다. 26~53평형으로 용적률을 현재(182% 정도)보다 30%포인트 가까이 높인 210%로 다시 짓겠다는 계획이다.

강동구 길동 신동아 1.2차아파트는 지난 14일 추진위 승인을 받았다. 83년 준공된 19~34평형 972가구로 현재 용적률은 176%다. 이 아파트는 용적률 190%로 평균 16층으로 재건축할 수 있다. 이들 단지는 이제 재건축 걸음마를 내디뎌 앞으로 재건축 여부를 확정하는 안전진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위주여서 소형평형 의무건립 비율이 부담되지 않고 단지가 커 재건축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하지만 각종 규제가 가로막고 있어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