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인민군 수뇌부 교체…文에 거수경례 박영식도, 졸다 걸린 이명수도 잘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아사히 신문이 3일 북한이 최근 인민무력부장을 박영식에서 노광철로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달 17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열어 군 수뇌부의 인사를 단행했는데, 노광철이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인민무력부장을 맡은 박영식은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군복 차림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거수경례를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인민무력부장뿐만 아니라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도 교체했다는 첩보가 있다"며 "신임 총참모장에 누가 임명됐는지에 대해선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총참모장은 이명수(차수ㆍ왕별)가 맡고 있었다.

신임 인민무력부장으로 알려진 노광철. 그는 별 하나를 더 달아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노동신문]

신임 인민무력부장으로 알려진 노광철. 그는 별 하나를 더 달아 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언론들은 중앙군사위 개최 다음 날인 지난달 18일 "무력기관의 책임일꾼을 해임하고, 전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사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26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원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현장 현지지도 때 김수길(평양시 당위원장)을 "총정치국장 육군 대장"이라고 소개해 총정치국장의 교체 사실을 밝혔다. 여기에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의 교체 사실까지 전해진 것이다.

 북한은 군을 정치 사상적으로 지도하는 총정치국과 작전을 관장하는 총참모부, 정책 수립 및 후방지원을 담당하는 인민무력부로 나눠 운영 중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북한군을 이끌어가는 수뇌부 삼두마차를 모두 교체한 셈이다.

북한 인민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김정각에서 김수길 전 평양시 당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연합뉴스]

북한 인민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김정각에서 김수길 전 평양시 당위원장으로 교체됐다. [연합뉴스]

 군 수뇌부 교체 배경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또 기존의 김정각 총정치국장이나 이명수, 박영식 등이 어디로 이동했는 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황병서 후임으로 지난 1월 총정치국장을 맡은 김정각이 4개월여 만에 교체된 건 이례적이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총정치국은 인민군 속의 당"이라며 "당 우위의 북한에서 인민군의 당 책임자(총정치국장)를 아무에게 맡기지도 않지만, 쉽게 내치는 자리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명수는 지난달 20일 당중앙위원회가 열리던 중 방청석에 앉아 조는 장면이 보였고, 이를 조연준 당 검열위원장이 쳐다보는 모습도 나왔다.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김 위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졸다 처형됐다. 그래서 이명수도 같은 운명을 걷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일각에선 군 3인방 전원을 교체한 건 남북, 북ㆍ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김 위원장이 중앙군사위에 군단장급 이상 전원을 소집한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여기에서 비핵화 및 북ㆍ미관계 개선 이후를 대비한 군사정책 및 전술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기존의 지휘부로는 변화된 상황에 적응하고, 군을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 언론들은 중앙군사위원회 논의 안건에 대해 "국가방위사업 전반에서 개선을 가져오기 위한 일련의 조직적 대책들이 토의ㆍ결정되었다"고 전했다. 비핵화 등에 대한 군부의 반발을 사전에 막고, 비핵화 이후 전력 보강을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영식에 비해 온건파로 불리고, 북한군의 무기 개발과 보급을 담당하는 제2 경제위원장 출신의 노광철을 인민무력부장에 앉혔기 때문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