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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앞두고…경협 수혜주 담은 '통일펀드'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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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남북 화해 분위기가 펀드 시장에도 새 바람을 몰고 왔다. 이른바 '통일펀드'로 불리는 기존 상품들이 인기를 끌며 재정비에 나섰다. 비슷한 컨셉의 신상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소외됐던 기존 상품 리모델링 활발 #수익률 개선에 신상품 출시도 잇따라 #일회성 투자보단 장기 안목 가져야

 3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자[주식]ClassA' 펀드는 연초 이후 5개월간 수익률 8.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1.15%)를 기록하는 와중에 눈에 띄게 높은 수익을 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제외한 국내 액티브 주식형펀드 543개 중 올들어 수익률이 8%를 넘긴 펀드는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 펀드를 포함해 12개뿐이다.

 대표적인 통일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펀드는 남북경협이 이뤄질 경우 수익률이 오를 만한 종목을 주로 담았다. 건설주나 철도주 등 통일에 따른 프리미엄이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한다.

 김연수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기존에는 경공업과 비료, 음식료, 제약 등 정부지원책 관련주 또는 인프라 및 지하자원 관련주가 통일펀드의 주요 투자 대상이었다"면서 "이제부터는 1단계 남북경제협력부터 마지막 정치ㆍ경제 통합 단계까지 남북통일 가상 시나리오에 따른 단계별 수혜주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포트톨리오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 설정액(28억원)은 지난 한 달간 규모가 이전(14억원)의 두 배가 됐다.

 하이자산운용 상품과 함께 통일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혀온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자(주식)A' 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수익률 3.47%를 기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설정액은 283억원이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 펀드 역시 최근 한 달간 설정액이 20억원 넘게 훌쩍 커졌다.

 통일펀드는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통일 대박론' 등장과 함께 출시됐다. 이색 펀드로 잠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수년간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설정액 규모가 작은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 펀드의 경우 올 초 청산 위기를 겪다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사회생했다. 김 팀장은 "최근 수익률이 개선되고 고객 문의가 이어지면서 펀드를 재정비해 육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환매수수료를 폐지하고, 운용보수의 50%를 대북 지원사업을 하는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는 등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른 운용사들도 통일펀드 시장에 새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1999년 설정된 '하나UBS FirstClass에이스 펀드'를 리모델링한 '하나UBS 그레이터코리아펀드'를 지난 14일 선보였다.

삼성전자ㆍKB금융ㆍ포스코 등 업종 대표 우량주를 중심으로 담고, 나머지는 남북경협 관련주에 투자하는 통일 펀드 성격의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도 기존 통일펀드인 '삼성마이베스트펀드'를 재정비해 이달 중 선보일 계획이다. BNK자산운용이 이달 중순 출시하기로 한 'BNK 브레이브 뉴 코리아 펀드'도 북한 진출 기업 등 통일 수혜주를 담는 펀드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경협 봄바람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불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최근 1개월 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삼성KODEX건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4.95%)이다. 미래에셋TIGER200건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4.44%), KBKBSTAR200건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4.39%) 등 건설주를 주로 담은 펀드들이 모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위권에 포진했다.

 이렇게 수익률이 높은 ETF를 골라 투자하는 신상품도 나왔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 '위대한 대한민국EMP 목표전환형 펀드'를 출시했다. 경협 수혜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EMP는 투자자산의 절반 이상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투자한다.

 이진영 NH-아문디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남북경협이 구체화하면 국내 경제체제 전반에 큰 변화가 올 것이기 때문에 단기 이벤트성이 아닌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남북경협 수혜주를 담은 개방형 공모펀드를 다음 달 중 새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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