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녀를 리더가 아닌 1등으로만 키우려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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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녀를 1등으로만 키우려 한다. 성적이 개인의 성공의 척도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낮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낮은 직업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많은 대가를 받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삶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들 중 IQ가 차지하는 비율은 기껏해야 20% 정도고, 나머지 80%는 리더십, 창의력 등 다른 요소들에 기인한다.

1940년대 미국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한 95명의 졸업생들을 추적 조사한 연구가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사한 결과, 대학에서 성적이 상위권이었던 사람들이 하위권이었던 동료들에 비해 봉급.지위 등에서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또 친구나 가족 관계 등에서 큰 행복을 누리는 것도 아니었다.

이와 같은 추적조사는 대조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45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도 실시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극빈층 가정의 이민 2세들이었고, 3분의 1은 IQ가 90이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과 인생에서의 성공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었다.

감정을 통제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똑같은 지적수준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인생에서 성공하고, 어떤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하는가는 EQ에 달려 있다.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훌륭하게 읽어 내고 잘 대처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일의 성패에 있어서나 모든 영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은 여러 가지로 입증되고 있다. 높은 IQ가 부와 명성과 행복에 아무런 보장이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학교와 문화는 학업능력에만 초점을 맞춘 채 EQ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2004년 15~19세 청소년 사망자 수는 자동차사고(270명)에 이어 자살이 205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은 대부분 성적비관에 의한 것이다. 자녀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잘못된 교육 탓이 크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1등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생애 최초의 교사이자 영원한 스승은 바로 부모다. 부모는 아이의 삶에 동기를 부여해 주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게 격려하며, 희망을 키워 주는 감성 교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민정현 위즈아일랜드 청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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