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 복구에 국력 모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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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즐거워야 할 추석명절이 올해처럼 답답하고 무거웠던 때도 없다. 태풍 매미는 추석연휴 동안 한반도를 기습해 동남부 일대를 할퀴고 막대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남겼다.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으로 유례없는 흉작을 걱정하던 터에 태풍으로 논밭과 살던 집이 물에 잠긴 농민들을 포함한 이재민들의 비통함과 절망감은 크기만 하다.

이번 재해로 마산에서 한 상가건물 지하가 침수되면서 노래방에 있던 사람들이 실종되는 등 1백여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원전 18기 중 8기의 정상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런 저런 정전사고로 1백40여만 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긴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온산 공단 내 일부 업체도 정전으로 조업을 중단하고 있다.

이번 태풍의 위력은 역사상 가장 피해가 컸던 사라호 태풍의 위력을 능가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0m인 강한 위력을 감안한다 해도 예고된 태풍이었던 데 비해 인명 피해가 너무 컸다. 여기에 지난해 수해도 복구가 안 된 지역에선 엎친 데 덮친 재앙을 맞게 되었다. 정부는 피해복구에 바로 나서 이재민을 안정시키고, 경제의 주름살을 없애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친 화물연대의 집단 조업중단으로 홍역을 치렀던 부산항은 컨테이너를 나르는 대형 크레인 11기가 전복되거나 궤도를 벗어나는 변을 또 당했다. 하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부산항을 이용하던 환적화물이 중국 등 경쟁항만으로 떠나는 사태가 우려된다. 중고 컨테이너를 들여오고 부족한 시설이나마 최대한 가동해 외국선사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가동이 중단된 원전과 울산.온산 공단을 정상화하는 데도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수경보가 내려진 낙동강 유역등에서 추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인성 질병의 방역을 철저히 하고 피해농가에 신속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재해가 크면 클수록 더 중요한 것은 이재민과 아픔을 같이하고 이를 따뜻하게 감싸는 마음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도 재해를 당한 이웃들이 이른 시일 내에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최근의 전 세계적 기상변화는 한반도에도 이번과 같은 대형 태풍과 폭우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 재난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준비태세를 보다 완벽하게 갖추도록 보완해야 하며, 국회도 재해복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