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 유화파에 테러 당연" 日 이시하라 또 舌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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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 극우단체가 대북 대화정책을 추진해온 외무성 간부의 집에 테러위협을 한 데 대해 역시 같은 극우파 정치인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사진) 도쿄(東京)도 지사가 "당연하다"고 옹호해 일본이 들끓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심의관의 도쿄시내 자택 주차장에서 폭발물과 '건국 의용군'이름의 협박편지가 발견됐다. 다나카 심의관은 아주국장이던 지난해 9월 북한과 접촉,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등 외무성에서 대표적인 대북 유화파 관료다.

이시하라는 폭발물이 발견되자 같은 날 "당연한 일"이라며 "(다나카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본인 1백50명이 북한에 납치돼 있고, 대부분 죽었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 등이 엄중 비판.항의하고 대부분 언론이 "테러 옹호"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이시하라는 11일, 12일 잇따라 "폭발물 설치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얼버무리면서도 끝까지 기본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 당연한 경위가 있지 않느냐""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면 반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연하다'는 발언의 철회도 거부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3일 '테러 용인 그 자체'란 사설에서 '이시하라 지사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선 2.26사건(일제시대 군부 쿠데타 실패 사건) 당시 청년장교들이 즐겨 부른 노래 가사를 읊조리고, 이번 회견에선 과거에 사회당 위원장을 암살한 소년의 이름을 친밀하게 말했다'며 '민주주의에서 벗어나고 있는 그에게 국정과 도 행정을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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