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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2명이 밝힌 ‘북미회담’에 대한 北 내부 반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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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사금을 채취 중인 북한 주민들(오른쪽) [조선중앙TV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사금을 채취 중인 북한 주민들(오른쪽) [조선중앙TV캡처]

한국과 미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방송의 '빅토리아 더비셔(Victoria Derbyshire)' 프로그램은 지난 몇 달간 극비리로 북한 주민들과 접촉, 북한에 거주하는 주민 2명으로부터 최근 북한 내부 분위기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고 29일 보도했다.

BBC는 두 사람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이름을 가명 처리하고, 답변 내용을 내레이션으로 읽는 방법 등을 통해 내용을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 A씨는 자신을 시장 상인이라고 소개하며 김 위원장과 한국, 미국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북한 사람들 대부분은 김정은에 대해 장사꾼이라 생각한다.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지만, 흡혈귀처럼 우리의 돈을 빼앗아가고 있을 뿐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김정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골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 시장 활동을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에 따르면 북한에서 시장 거래는 북한 체제의 강경한 공산주의 입장을 약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시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얻는 동시에,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소문을 듣기도 한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A씨도 시장을 통해 국제 정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회담'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미국 대통령이(북한으로) 오고 있다는 얘기는 시장에서 들었다"면서 "그러나 북한 주민 누구나 다 미국을 좋아하진 않는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미국이 우리를 갈라놓았고, 남한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는 과거 한국과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북한의 선전체제에 변화가 생기면서 북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고 했다.

A씨는 "북한 당국은 우리가 남한과 잘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더 잘살기 위해서 미국과도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많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대해 알고 싶어하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드라마 등을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한 남성 B씨도 A씨와 마찬가지로 최근 북한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북한 인민군으로 일하는 B씨는 "삶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때때로 잘못 말했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갑자기 실종되는 일도 많았다"라면서도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소망은 죽을 때까지 아프지 않고 남들을 부러워하지도 않으면서 잘 사는 것"이라며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들도 그러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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