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의회, 대통령 축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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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에콰도르의 루시오 구티에레스(48) 대통령이 20일 의회의 결정으로 축출됐다.

이날 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62명 중 60명이 구티에레스의 강제 축출을 의결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의회가 직무태만 혐의로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에 따른 것이다. 헌법에 따라 알프레도 팔라시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팔라시오는 부통령이면서도 구티에레스에 대한 비판자였다. 이로써 에콰도르에서는 최근 8년 사이에 세 명의 대통령이 임기 중 축출됐다. 해임안 의결 직후 구티에레스는 부인과 두 딸이 머물고 있는 파나마로 출국을 시도했으나 수도 키토의 공항에서 시위대에 가로막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구티에레스는 현재 에콰도르 주재 브라질 대사관에 피신해 브라질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AP통신 등은 검찰 당국이 반정부 시위대를 강제 진압토록 명령해 유혈 사태를 가져온 혐의로 구티에레스 전 대통령 체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야권에 동조하는 당시 대법관들이 구티에레스 대통령을 부패 혐의로 탄핵하려다 실패한 뒤 시작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재적 의원 100석인 의회에서 자신에게 동조하는 의원 52명을 모아 대법관 31명 중 27명을 면직하는 의안을 가결토록 했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회의 투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으며, 상당수 야권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대통령의 하야를 강력 요구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의사당 건물로 난입, 창문과 의자 등 기물을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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