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혼자의 힘이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대한민국 주부의 집단지성이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리케이션(앱) 출시 3년 만에 가입자가 70만명에 육박한 마켓컬리(Market Kurly)의 김슬아(35·사진) 창업자 겸 대표는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식재료 전문 마켓컬리 앱은 ‘강남 맘 필수 앱’이란 애칭을 얻을 정도로 서울과 수도권 주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살충제 달걀 파동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거치며 믿을 수 있는 제품만을 판매하는 유통 앱으로 관심을 모았다.
김 대표는 “스마트 소비자 시대가 왔기 때문에 새롭고 좋은 물건이 나오면 똑똑한 소비자는 꼭 사고 만다”며 “이를 위해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비자의 부정적인 댓글을 꼭 읽어보고 피드백(feedback)을 한다”고 덧붙였다.
마켓컬리의 대표 서비스는 ‘샛별 배송’이다.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 현관문 앞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밤 11시 주문, 아침 7시 전 배송’을 고안한 이유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낮에 배송할 경우 교통 문제 탓에 약속을 못 지킬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 언제나 정확한 시간에 물품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올라간다. 현재 수도권에서만 이뤄지는 샛별 배송 서비스를 전국으로 늘리고자 하는 욕심은 당연히 있다고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굉장히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비용이 올라가 고객에게 전가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확고한 철학입니다.”
식품 안전성 역시 마켓컬리의 강점이다. 70여 가지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을 엄선해 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가 상품위원회를 주관해 신상품 입점을 결정한다.
“상품 선택의 기준은 첫째도 식품 안전성, 둘째도 안전성, 셋째도 안전성입니다. 아무리 잘 팔릴 것 같은 평가를 받아도 과다 첨가물이나 위해성 요소가 있는 상품은 무조건 탈락입니다.”
김 대표가 앱을 개발한 계기는 5년 전 신혼 초 남편과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생긴 일화 때문이다.
“까다롭게 식품을 고르다 보니 여러 곳에서 쇼핑하다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결혼 뒤 처음 싸웠습니다. 제가 별난 사람이었던 것을 처음 알게 된 거죠. 그렇게 쇼핑하러 다닐 거면 아예 쇼핑 문화를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죠. 결국 앱 개발과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마켓컬리는 연평균 30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3월에는 월 매출이 처음 100억원을 넘었다. 울산 출신인 김 대표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의 모교로 유명한 웰슬리대(Wellesley College)를 나왔다. 8년간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투자은행(IB)과 컨설팅업체에 다니던 김 대표는 소비재와 유통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곳은 미국에서 유기농 열풍을 일으킨 홀푸즈마켓(Whole Foods Market)이다. 상품 광고로만 가득 찬 경쟁사 홈페이지와 달리 홀푸즈마켓이 추구하는 가치가 자세히 설명된 것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양적 성장을 위한 선택은 하지 않을 겁니다. 가장 믿고 이용하는 유통 앱으로 마켓컬리가 기억되길 바랍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