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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려면 '세상에 없는 것 보여주겠다'는 욕심 버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은 올 상반기에만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강남’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보타닉 파크’ 등 4개의 호텔을 서울에 잇따라 오픈했다. 7월엔 반포 ‘JW메리어트 서울’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일련의 프로젝트를 기획·총괄하는 사람이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한국·일본·괌 운영 총괄을 맡은 김덕승(42) 상무다. 중국·한국에서 그는 해결사로 통한다. 어려움을 겪는 호텔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때마다 이를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수많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그는 어떻게 얻을까. 라이프스타일의 총체라 할 수 있는 호텔 업계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축적한 비결을 직접 들어봤다.
글=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김덕승 메리어트 한국·일본 운영 총괄 #룸서비스서 시작해 해결사로 승승장구 #"고객이 원하는 것 찾아 현지화 해야"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한국과 일본, 괌의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김덕승 상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한국과 일본, 괌의 운영 총괄을 맡고 있는 김덕승 상무.

18년 전 룸서비스 실습생으로 호텔리어를 시작한 김덕승 상무는 미국·홍콩·중국 시장을 거쳐 2014년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부총지배인으로 귀국했다. 비교적 승진이 빨랐던 그는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주인의식’을 꼽았다. 한국인 호텔리어가 드물었던 시절 미국·홍콩 등 해외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던 비결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2003년 미국 덴버에서 근무할 때 프론트 근무를 지원해 옮긴 적이 있다. 제일 먼저 고객을 맞고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 들을 수 있는 업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이후 고객 이벤트를 기획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홍콩에서 근무할 때도 워낙 행사가 많은 호텔이라 그를 비롯한 호텔리어 개개인에게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주어졌다고 한다. 김 상무는 “안 좋은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위험이 있지만, 그만큼 내 판단에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꾸려나가는 즐거움이 컸고 그러한 과정이 나를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승진이 빠른 편이다. 비결이 있나.

“호텔학과 졸업 후 2001년부터 호텔리어로 일했다. 드라마 ‘호텔리어’ 세대다. 당시 드라마를 보고 많은 선후배가 호텔 관련 학교를 찾아 해외로 나갔지만 나는 실무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겐 호텔이 학교였고, 특히 JW메리어트 홍콩에서의 5년 동안 정말 많이 배웠다. 당시 홍콩은 한국인 호텔리어들이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국제도시인 만큼 세계적인 브랜드의 행사가 쉴새 없이 열려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총괄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하나.

“한국·일본·괌 지역에 있는 50여 개 호텔 운영에 관계된 전반과 개관 준비업무를 담당한다. 호텔의 식음 객실영업 전반과 각 호텔의 브랜드 스탠더드에 맞는 운영, 매출과 수익방안, 운영부서의 인적자원 관리에 이르기까지 업무 영역은 매우 다양하고 또 재미있다.”

어려움을 겪는 호텔을 다시 살릴 수 있는 원칙은 뭔가.

“호텔이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가 바로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그 지역의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먼저다. 외국에서 아무리 유명한 호텔이라도 현지 사정을 반영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로컬라이즈, 즉 현지화가 중요하다. 중국 상해에 있는 한 호텔에서 근무할 때 뷔페를 비롯한 식음업장의 경영난이 심각했다.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호텔 인근 맛집들을 모두 가봤다. 우리 호텔과 메뉴가 전혀 달랐다. 해당 지역 사람들은 날생선보다 익힌 것을 선호했는데 호텔에선 회 위주의 일식 포지션이 높았다. 현지 조리방식대로 메뉴를 전면 개편하자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로컬화는 메리어트의 방침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지역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으면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 ”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근무 당시 선보인 ‘바비 딸기 뷔페’ ‘와인 앤 버스커’ 등의 이벤트가 인상적이었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었나.
김덕승 상무가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근무 당시 기획한 딸기 뷔페. 바비인형 캐릭터를 이용해 다른 호텔과 차별화하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김덕승 상무가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근무 당시 기획한 딸기 뷔페. 바비인형 캐릭터를 이용해 다른 호텔과 차별화하며 인기를 끌었다. [사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서울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고민했다. 외국 체인 호텔이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외국인의 입장에서 현지화하는 것이다. ‘이런 걸 하면 이 동네 사람들이 놀랄 거야’ 라는 생각이다. 서울에서 외국 이벤트를 흉내내선 안된다. 당시 호텔마다 딸기 뷔페를 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양에만 집중하고 컨셉트는 부족했다. 이때 바비인형을 앞세운 스토리를 만들어 다른 곳과 차별화했다. 딸기 뷔페의 주 고객은 여성이었고, 그렇다면 예쁜 인형들로 스토리를 만들어보자 생각했다. 와인 앤 버스커 역시 호텔마다 흔히 열던 와인 이벤트에 음악이라는 감성을 더한 것이다. 당시 서울의 젊은이들에겐 버스킹이 인기였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누다 보면 답이 보인다.”

JW메리어트 동대문의 야외가든 행사 '와인 앤 버스커'. 기존 와인 행사에 음악으로 감성을 더해 화제가 됐다. [사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JW메리어트 동대문의 야외가든 행사 '와인 앤 버스커'. 기존 와인 행사에 음악으로 감성을 더해 화제가 됐다. [사진 JW메리어트 동대문스퀘어]

한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메리어트 브랜드 중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호텔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브랜드 '목시'는 합리적인 객실 가격에 반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넓은 게 특징이다. 사진은 도쿄 목시 호텔의 프론트. [사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브랜드 '목시'는 합리적인 객실 가격에 반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넓은 게 특징이다. 사진은 도쿄 목시 호텔의 프론트. [사진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메리어트엔 30개가 넘는 브랜드가 있는데 이중 목시(Moxy)를 소개하고 싶다. 호텔의 모토가 ‘호스텔의 영혼을 지닌 호텔’이다. 국내엔 없는 컨셉트다. 예를 들어 호텔 바가 프론트 역할을 한다. 집 안의 거실 같은 기능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호텔 직원과 고객이 함께 소통하고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낸다. 정통 디럭스 호텔의 기능은 필요 없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 합리적인 가격을 지불하고 싶은 사람이 타깃이다.”

호텔리어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은.
김덕승 상무는 "호텔리어라면 자신이 그 호텔의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덕승 상무는 "호텔리어라면 자신이 그 호텔의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속한 호텔 브랜드를 내가 대표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브랜드마다 특징이 있다. JW메리어트는 럭셔리, 르네상스는 디스커버리다. 예를 들어 JW메리어트에서 근무할 때 난 저녁 6시 이후엔 늘 턱시도를 입고 격식을 갖췄다. 럭셔리 호텔은 특히 직원의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디자인하고 오너가 몇 억원을 들여 공간을 만들더라도 직원들이 고급스러움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손님은 그 가치를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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