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이 늘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 폭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익성도 개선되며 기업 부채 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도 떨어졌다.
한은, 작년 국내 기업 실적 분석 #덩치 커지고 수익성ㆍ체질 개선 #1000원어치 팔아 74원 남기고 #부채 비율도 92.3%로 낮아져 # #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7년 기업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9.9% 증가했다. 해당 통계를 낸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2017년 말 기준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2만3145곳이다.
국내 기업은 덩치를 키웠다. 매출액 증가세를 이끈 건 제조업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계ㆍ전기전자(18.6%), 석유화학(14.5%) 업종과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건설(11.7%), 도소매업(10.1%)이었다.
지난해는 자동차 수출 부진에 시달렸던 운송장비(-5.1%)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매출액이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보다 57.4% 급증한데다 유가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단가가 오르면서 이들 기업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장사도 잘했다. 지난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전년대비)은 7.4%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74원을 남긴 셈이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제조업은 8.4%, 비제조업은 5.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가장 짭짤한 수익을 올린 곳은 반도체가 이끄는 기계ㆍ전기전자로 1000원어치를 팔아 130원을 남겼다.
문제는 지나친 반도체 쏠림 현상이다. 전체 산업 매출액 증가율(9.9%) 중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ㆍ전기전자의 기여도는 3.3%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업의 영업이익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 산업에서 25.5%, 제조업에서는 39.4%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업종은 경기 사이클이 분명한 탓에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5년과 2016년의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출과 수익이 늘면서 기업의 체질은 튼튼해졌다. 지난해 기업 부채비율(전년 대비)은 92.3%로 전년(98.2%)도 보다 개선됐다. 제조업(69.6→65.7%)과 비제조업(144.6→135.4%)의 부채비율이 모두 낮아졌다.
다만 제조업에서는 반도체 관련 설비 투자가 늘어난 기계ㆍ전기전자(56.9→57.6%)의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비제조업에서는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관광객 감소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음식숙박업(118.8→130.5%)의 부채 비율이 올랐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