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기KT배왕위전] 승부처에서 등장한 백의 대패착, 9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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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40기 KT배 왕위전'

<예선 하이라이트>
○. 강동윤 4단 ●. 이세돌 9단

17세의 강동윤 4단은 올해 18승2패(승률 90%)로 다승 3위, 승률 2위. 그 앞을 가로막아선 이세돌 9단은 22승 4패로 다승 1위, 승률 6위.

최고의 신예기사인 강동윤에겐 이세돌을 꺾는 것이야말로 다시 없는 즐거움일 것이다. 반대로 바둑계의 대권을 노리는 이세돌 입장에선 강동윤의 도전이야말로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비록 64강전이지만 이 대결은 묵직한 중량감을 토해내고 있었다.

장면1(93~95)=광막한 흑의 중앙이 어느 선에서 집이 되느냐가 승부다. 강동윤 4단의 백△는 A의 절단을 노린 수. 퇴로가 멀어 두렵지만 깊숙이 승부수를 던졌다. 이세돌 9단의 기질로 볼 때 B의 포위는 필연일 것이다. 폭풍 전야. 한데 이세돌은 예상을 뒤엎고 93, 95로 물러섰다. 이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일까. 강동윤의 예기가 부담스러웠을까. 하지만 93은 위험한 후퇴라고 한다. 이제 백의 다음 한 수가 중요하다. 승부가 한 수에 갈리는 이판의 클라이맥스다.

장면2(96~105)=절박한 승부처에서 강동윤은 96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 수가 천만뜻밖의 패착이 되고 말았다. '96은 A의 절단을 보는 선수'라고 생각했다면 이는 대착각이 아닐 수 없다. 하변 흑은 설령 끊기더라도 흑B, C 등이 선수여서 자체 삶이 가능하다. 결국 흑은 101까지 중앙 집을 크게 지었고 여기서 백의 패배가 결정됐다. 225수 흑 불계승.

<참고도>=백1로 한 칸 뛰는 수가 최선이자 최강의 수였다. 이제는 흑도 물러서면 진다. 그러나 통째 공격하는 것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므로 이 그림은 백이 유망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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