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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마쓰이를 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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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27일 캔자스시티전에서 홈런을 터트린 추신수.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홈런 1위에 올랐다. [AP=연합뉴스]

27일 캔자스시티전에서 홈런을 터트린 추신수.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 홈런 1위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추추 트레인’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가 마침내 마쓰이 히데키(44·일본)의 기록을 넘어섰다. 시원한 끝내기 포로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27일 캔자스시티전 끝내기 홈런 #메이저리그 14년 만에 176호 #최근 발 높이 바꾼 이후 타율 좋아져

추신수는 27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말 좌중간 담장을 넘는 홈런(시즌 8호)을 터트렸다. 캔자스시티 우완 케빈 맥카시를 상대한 추신수는 3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48㎞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추신수의 끝내기 홈런은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3년 5월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이후 5년 만이다. 앞선 네 타석 무안타의 부진을 씻은 추신수는 4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시즌 타율은 0.259(201타수 52안타)를 유지했다.

추신수의 이날 끝내기 포는 그의 메이저리그 통산 176번째 홈런이었다. 이로써 추신수는 마쓰이(175개)를 제치고 동양인 메이저리거 홈런 1위로 올라섰다. MLB.com은 “아시아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이다. 추신수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밝혔다. 아시아인 홈런 기록 3위는 최근 은퇴를 선언한 스즈키 이치로(45·117개)다.

추신수는 “나는 홈런타자가 아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 덕에 이런 기록을 세웠다. 내게 중요한 기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마쓰이는 빅리그에서 10년밖에 뛰지 않았다. 만약 마쓰이가 더 오래 뛰었다면 나보다 홈런을 더 많이 쳤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기록을 깰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 가운데 홈런 2위 기록(40개)을 갖고 있는 최희섭 해설위원은 “추신수는 공을 잘 고르는 능력이 뛰어나다. 200홈런은 물론 2000안타(현재 1399개) 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추신수 기록

추신수 기록

부산고를 이끌고 대통령배 2연패(1999년·2000년)를 이끌었던 추신수는 2001년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 시애틀은 투타에 걸쳐 모두 재능이 뛰어났던 추신수를 타자로 기용했고, 그는 2005년 한국인 야수 최초로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공교롭게도 이치로에게 밀려 외야수로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던 추신수는 2006년 클리블랜드로  이적했고, 2008년 14홈런을 때려내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2009년엔 아시아 선수 최초로 3할 타율-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2013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그는 텍사스와 7년 동안 1억3000만 달러(1400억원)를 받는 조건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역대 아시아 타자 중 최고이자 한국인 프로스포츠 선수 최고액 계약이었다. 하지만 텍사스로 이적한 뒤 추신수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잦은 부상 때문에 기량을 100% 보여주지 못했다. 2016시즌에는 무려 4차례나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4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텍사스 지역 언론은 여전히 추신수에게 싸늘한 편이다. 텍사스 구단이 그에게 너무 많은 금액을 지불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년간 추신수의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는 5.1이다. 일반적으로 WAR 1은 연봉 800만 달러 정도로 평가된다. 추신수가 연봉 4000만 달러 정도의 기여를 했다는 분석인데 텍사스 구단은 지난 4년 동안 그에게 68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최근엔 추신수가 외야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나서기 때문에 활용도가 더 떨어졌다.

추신수는 변화를 시도했다. 데뷔 13년 만에 ‘레그킥’을 시도했다. 체중 이동을 통해 타구에 힘을 더 싣기 위해서였다. 땅볼 타구 비율을 낮추고, 몸쪽 공 타이밍을 좀 더 빠르게 가져가겠다는 계산이기도 했다. 시범경기에선 좋은 성과를 냈지만 4월에는 타율이 2할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부진에 빠졌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안타를 때리지 못한다는 혹평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추신수는 달라졌다. 발을 드는 높이를 조금 낮추면서 선구안이 좋아진 덕분이다. 최근 10경기에서 볼넷을 무려 14개나 골라냈다. 나쁜 공을 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장타도 늘어났다. 현재 추세를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론 24개 정도의 홈런이 가능하다. 추신수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은 22개(2010, 15, 17년)다. 추신수의 도전은 계속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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