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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북미회담 앞두고 열린 조총련 대회..."이젠 평양에서 해야하는 것 아니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0명 참석 조총련 최대 행사 "시대의 전환"

지난 26일부터 27일까지 도쿄도 기타(北)구 쥬죠다이(十条台)에선 재일본 조선총련(이하 조총련) 제24회 전체대회가 열렸다. 4년에 한번 열리는 조총련 최대 행사로, 전국 대의원 2000여명이 모인다. 역사상 처음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예상되는 가운데 조총련은 어느 때보다 고무된 분위기였다.

비록 이틀 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다가 다시 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북·미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고는 있지만 “조선민족을 둘러싼 시대가 완전히 전환적으로 바뀌고 있다”(조선총련 간부)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행사장 앞 "김정은 타도" '조총련 반대' 시위도

26일 오후 1시. 대회장에서 500여m 떨어진 인근 전철역에서부터 경계근무를 서는 경찰들이 서있었다. 역전 광장을 사이에 두고 "납치국가 북한 타도"를 외치는 시민들과 "헤이트스피치, 차별행동 반대"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대일본 애국당', '헌법개정'이라 적힌 검은색 차량이“조선총련은 해체하라. 빨간 악마의 테러국가 김정은 타도”라고 확성기를 틀고 있었다. 대회장에 가까워질수록 경찰의 숫자가 많아지고 긴장감도 한층 짙어졌다.

26일 조선총련 전체 대회가 열린 대회장 인근 전철옆 앞에선 광장을 사이에 두고 '납치 국가 북한'을 외치는 시민들과 '헤이트 스피치 반대'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26일 조선총련 전체 대회가 열린 대회장 인근 전철옆 앞에선 광장을 사이에 두고 '납치 국가 북한'을 외치는 시민들과 '헤이트 스피치 반대'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마주하고 있었다.

대회장인 도쿄 조선문회회관엔 인공기 10여장이 나부끼고 있었다. 건물 정면에 걸린 간판엔 “천하 절세의 위인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21세기의 태양으로 높이 받들어 모시리”라고 쓰여있었다.

대회장 안으로 들어가자 무대 정면에 고 김일성 주석과 고 김정일 위원장의 대형초상화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인공기를 배경으로 두 사람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순식간에 평양으로 순간 이동을 한 기분이었다.

왼쪽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 만세’라고 적힌 붉은 색 플래카드가, 뒤쪽엔 ‘위대한 김일성 주석님과 김정일 장군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었다.

26일 열린 조총련 전체 대회 무대 중앙에 고 김일성 주석, 고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열린 조총련 전체 대회 무대 중앙에 고 김일성 주석, 고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열린 조총련 전체 대회의 대회장 입구에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문구가 걸려있다.윤설영 특파원

26일 열린 조총련 전체 대회의 대회장 입구에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문구가 걸려있다.윤설영 특파원

26일 열린 조총련 전체 대회에는 전국의 조총련 소속 대의원 20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설영 특파원

26일 열린 조총련 전체 대회에는 전국의 조총련 소속 대의원 20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설영 특파원

김일성ㆍ김정일 대형초상화...김정은 언급부분에선 기립박수

참석자들은 20대로 보이는 청년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다양했다. 왼쪽 가슴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얼굴이 있는 뱃지를 달았다. 남자는 양복, 여자는 '치마저고리'라고 부르는 북한식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허종만 중앙상임위원회의장이 ‘대회 보고’ 도중 “최고지도자 김정은 동지님께 삼가 최상최대의 영광과 가장 큰 감사를 드린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일어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관련된 부분이 언급되자 누구도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허 의장은 향후 4년 중점과제에서 “김정은 시대 요구에 따라 주체적 해외동포 조직으로 반석을 강화하자”면서 “판문점 선언 이행과 북일 평양 선언에 기반한 (북일)국교정상화 실현에 특색 있는 공헌을 하자”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 "공화국 대외정책 선전하라" 축하문 보내

이날 일본 언론을 포함해 대외에 공개한 부분은 허 의장의 활동보고 앞 부분의 단 10분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축전을 보내 “총련은 격변하는 정세에 상응하게 당과 공화국 정부의 대외정책적 입장을 널리 선전하기 위한 대외사업을 능동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총련 관계자는 “일본 자민당, 공명당 등 국회의원들도 참석해 축하문을 읽었다”고도 소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국면에서 일본 내 조총련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떨어진 상태다. 그런 와중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커지면서 조총련 사회도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조총련 관계자는 “분단사상 처음으로 조·미(북·미)회담이 열릴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면서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격렬한 움직임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총련 관계자 "조미회담 국면, 민족의 힘 커진 것"

이 관계자는 “조미회담을 할 수 밖에 없는 국면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 그만큼 우리 민족의 힘이 커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했던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될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조·미회담은 이제 평양에서 해야하는 것 아니오?”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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