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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 총리’ 사칭 장난 전화에 속은 영국 외무 장관

중앙일보

입력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왼쪽)과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신임 총리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왼쪽)과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신임 총리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 장관이 아르메니아 총리를 가장한 장난 전화에 속아 18분 간 국제관계 등을 논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BBC 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2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존슨은 자신을 아르메니아 신임 총리인 '니콜 파시냔'이라고 밝힌 사람에게 속아 전화를 받았다.

파시냔을 가장한 이 인물은 다음 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며, 존슨 장관에게 조언을 구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영국의 야당 대표인 제러미 코빈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고, "푸틴이 나를 (신경안정제인) 노비촉으로 중독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해독제를 지니고 다니려고 한다"는 등의 최근 국제 이슈와 관련한 발언을 늘어놨다.

이에 존슨은 당선을 축하한다는 덕담을 건네는 등으로 응했다.

하지만 이내 전화기 너머로 킥킥대는 소리가 들렸고, 대화 내용이 이상하다고 느낀 존슨은 곧 전화를 끊었다.

장난 전화를 건 인물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같은 사실은 러시아 국영 TV 채널에서 쇼프로를 진행하는 '보반과 렉서스' (본명 블라디미르 크라스노프와 알렉세이 스톨야로프)가 통화 내용을 유튜브와 트위터에 올리며 알려졌다.

영국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솔즈베리와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 아르메니아의 최근 이슈 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이를 가지고 유치한 장난을 하는 것은 전화를 건 사람이나 그 배후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진지함이 부족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번 장난전화의 배후에 러시아 정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BBC방송은 밝혔다.

한편 지난 8일 아르메니아 의회는 야권 지도자 피콜 파시냔 의원을 차기 총리로 선출했다. 당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파시냔과의 통화로 양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동의했다고 크렘린궁은 밝힌 바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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