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헌금에 달러가 인기라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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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례에서 보듯 음성적인 공천 헌금 제공에 미 달러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은 부인이 21만 달러(약 2억1000만원)가 들어있는 케이크 상자를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케이크로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돈뭉치가 담겨 있었다"는 해명이다.

또 14일 중앙선관위는 구의원에게서 공천 청탁과 함께 2000달러를 받은 혐의로 인천지역의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예전 지구당 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천 헌금으로 왜 달러가 인기일까. 원화에 비해 고액권이라 작은 부피로 많은 돈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2억원을 예로 들어보자. 뇌물이나 공천 헌금의 경우 이서(裏書)가 필요하고 계좌 추적의 위험이 있는 수표를 사용할 순 없다. 2억원은 1만원권 원화 지폐로 2만 장이다. 이를 담으려면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이 필요하다. 보통 50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 케이크 상자라면 적어도 4개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100달러(약 10만원) 지폐를 사용하면 2000장밖에 되지 않는다. 1만원짜리 지폐 때보다 부피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100달러짜리 100장을 한 묶음으로 하면 2억원도 20다발밖에 되지 않아 작은 케이크 상자 1개에도 거뜬히 담을 수 있다고 한다. 환전이 쉽다는 건 달러화의 또 다른 장점이다. 언제 어디서든 원화로 바꿔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편리한 셈이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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