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기 없는 판교 임대아파트, 정책의 실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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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 청약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일반 민간 분양아파트의 경우 이미 경쟁률이 630 대 1을 넘었다. 그러나 임대주택의 경우는 경쟁률이 2 대 1 정도다. 또 국가유공자.탈북자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분양 주택의 경우는 청약이 공급 물량의 67%에 머물고 있다. 노부모 부양 가족 대상 아파트 청약은 아예 미달로 마감됐다. 시장의 요구를 무시하고 책상 앞에서 만들어 낸 임대주택 우선정책의 현실이 이렇게 나타났다.

정부의 공급계획이 소비자들의 수요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판교에는 주로 중형 이상 분양주택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당초에도 판교 신도시는 강남의 고급주택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강남 및 분당과 인접해 고급주택 공급을 위한 최적의 입지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발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총 공급가구의 절반이 임대주택으로 변경됐다. 판교는 강남.분당 등과 가까워 수용을 통한 공공택지 개발이라고 해도 땅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런 비싼 땅에 임대주택을 지으니 임대료도 높을 수밖에 없다. 32평 임대아파트의 보증금이 2억4670만원, 월 임대료가 60만원에 이른다. 이 정도 보증금이면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서 같은 규모의 아파트를 사고도 남을 돈이다.

민간 임대아파트 청약률이 저조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현실이 무시됐기 때문이다. 뒤늦게 임대료 보증금 인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비싼 땅에 지은 임대아파트의 임대료는 비쌀 수밖에 없다. 아파트의 임대료를 억지로 낮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곳에 적합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순리다.

송파 신도시도 절반이 임대주택으로 계획되고 있다. 정부는 판교의 예를 참고해 송파 신도시에서라도 시장이 원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임대아파트 대신에 분양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강남 집값 잡기가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