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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규, 빙상연맹서 월권·전횡 … 평창 노선영 왕따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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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명규. [연합뉴스]

전명규. [연합뉴스]

꼼꼼히 들여다보니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문제점 투성이였다. 특정인이 파벌을 형성한 뒤 빙상연맹 운영을 좌우했고, 국가대표 경기복 선정과 후원사 공모도 불투명하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도자가 선수를 상습적으로 때리는가 하면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체부, 연맹 감사 결과 발표 #전, 특정선수만 골라 별도훈련 지시 #경기복·후원사 교체 부당 개입도 #팀추월 논란은 의사소통 문제 탓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실시한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은 이날 “특정 인물이 빙상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권한도 없이 빙상연맹 업무에 개입한 의혹도 사실로 밝혀졌다”고 했다. 문체부가 지목한 인물은 빙상연맹 전명규(55·사진) 전 부회장이다. 전 부회장이 관여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연맹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했고, 특정 선수들만을 대상으로 한국체대에서 별도 훈련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2017년 대표팀 경기복 선정과 후원사 공모 당시 빙상연맹이 특정 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추진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경기복 및 후원사 교체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외부로 유출된 정황도 발견됐다. 빙상연맹은 2017년 4월 휠라와의 계약이 종료되자 이 업체를 배제한 채 새로운 유니폼 공급업자를 물색해 논란을 일으켰다. 문체부는 이 부분과 관련, 조만간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빙상연맹은 또 지난 2월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이승훈·김보름·정재원 등 특정 선수만을 따로 골라 태릉선수촌이 아닌 한국체대 빙상장에서 훈련하도록 지시했다. 한국체대 교수인 전명규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일이었다. 감사반은 ‘필요성은 일부 인정된다. 하지만 특정 선수에게만 허가됐기 때문에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명규 부회장은 지난 2014 소치올림픽 이후 파벌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해 3월 물러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네덜란드 출신 에릭 바우만 감독의 계약 해지와 외국인 코칭스태프 영입 등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사임한 전명규 전 부회장에 대한 징계는 빙상연맹 차원에서 이뤄진다. 빙상연맹 스포츠 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징계 혐의자가 사임하더라도 소속 당시 비위 행위에 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노태강 차관은 “감사 결과 빙상연맹은 대한체육회가 관리단체로 지정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는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경기 당시 불거졌던 ‘왕따 논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해석이다. 노선영(29)-김보름(25)-박지우(20)가 나선 한국은 당시 준준결승에서 7위로 골인했다. 세 선수는 두 바퀴를 남기고 막판 스퍼트를 시도했으나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이 뒤처진 채 결승선을 통과했다.

문체부는 “김보름이 고의로 마지막 바퀴에서 속도를 냈거나 노선영이 일부러 늦게 주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은 아니다”고 밝혔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전날 박지우는 백철기 감독에게 노선영이 6바퀴부터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백 감독은 “선수들끼리 결정하라”고 미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 사이에서 의사소통 문제가 생겼다는 해석이다.

◆“이승훈, 후배 폭행·가혹행위 정황”=한편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금메달리스트 이승훈(30)의 폭행 및 가혹 행위 혐의도 드러났다. 문체부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가 해외 대회 참가 중(2011년, 2013년, 2016년) 숙소와 식당에서 후배 선수 2명에 대해 폭행 및 가혹 행위를 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선수는 후배를 훈계했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들은 폭행당했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연맹에 진상조사 및 징계 검토를 권고했다. 피해자들은 이승훈이 머리를 구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관련자 징계 요구 28건(징계요구자는 18명), 부당 지급 환수 1건, 수사 의뢰 2건 등 총 49건의 감사 처분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태강 차관은 “전 부회장은 ‘연맹에서 도와달라고 해서 도와줬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 시선과 달리 빙상계는 여전히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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