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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채 법정 나온 이영학, 항소심에서 "사형 부당하다"

중앙일보

입력

딸의 친구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딸의 친구인 중학생을 성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영학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추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이 17일 첫 항소심에서 “사형 선고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살인 등 혐의로 1심서 사형 선고 #변호인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사형 선고는 다시 살펴봐달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김우수)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이영학은 황갈색 수의에 수갑을 차고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채 출석했다. 비교적 담담한 표정에 머리는 삭발한 상태였다.

이영학 측 국선 변호인은 “이영학의 범행 내용이나 수법, 범행 이후 처리 과정 등을 보면 사회적인 비난을 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영학은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과연 사형이 선고되는 게 마땅한지에 대해서는 다시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또 “사형이란 형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고, 사형은 교화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사형이 정당화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이영학에게 적용된 죄명이 14개다. 살인이라는 범행을 한 것도 나쁘지만, 죄를 뉘우치지 못하는 피고인에 대해서 1심에서 법정 최고형이 사형이 선고 된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017년 10월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딸의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017년 10월 15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이영학은 재판이 이뤄지는 내내 바닥을 응시하며 눈을 깜빡이고 몸을 들썩이는 등 재판에 집중하지 못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재판부의 질문에 곧바로 답변을 하지 않아 재판부가 두 차례 이름을 호명하며 되묻기도 했다.

이영학은 지난해 9월 30일 딸의 친구인 A양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먹인 뒤, 추행 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과 함께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군의 야산에 유기하기도 했다. 또 아내(사망)가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한 뒤 그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폭행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영학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및 사체 유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엽기적이고 사이코패스적”이라며 “법과 정의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우리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한다”고 사형을 선고했다. 법원의 사형 선고는 지난 2016년 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한 임모(29) 병장에 대한 대법원의 사형 확정 판결 이후 2년 만이었다.

이영학은 재판 당시 ”수면제를 복용한 상태였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가 하면, 딸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자서전 집필 계획을 밝히는 등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수차례 제출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문맥과 진술 태도 등에 비춰 유족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이라기보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별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위선적 모습“이라며 심신미약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2017년 10월 11일 이영학이 자신이 거주한 서울 망우동 자택 인근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모습. 차량 옆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인물이 이영학이다. [중앙포토]

2017년 10월 11일 이영학이 자신이 거주한 서울 망우동 자택 인근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모습. 차량 옆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인물이 이영학이다. [중앙포토]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측에 이영학이 살인을 마음먹은 동기와 이유가 무엇인지가 공소장에 제대로 반영이 돼 있지 않다며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는 바람에 깊이 있는 수사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이 사건은 피고인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범죄인 만큼 사람을 살해한 동기가 무엇인지, 치밀한 계획 범죄인지 우발적인 범행인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살해 당시 범행 도구로 쓰인 ‘물에 젖은 수건’에 대해서도 보완 설명을 할 것을 검찰 측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물에 젖은 수건이 왜 침대 옆에 있었는지, 우연히 있었던 것인지 계획적으로 놓여 있던 것인지가 살해 동기를 파악할 때 중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측은 해당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이영학의 딸 이모 양이 2017년 10월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영학의 딸 이모 양이 2017년 10월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영학에 이어 시신 유기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딸 이모(15)양의 항소심도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저지른 범죄가 매우 중하고 실제 참혹한 결과로 이어졌다”면서도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에서 성장해 부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비정상적인 심리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청소년이고 (거대 백악종) 환자인 데다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보면 이양에 대한 심리 발달 상태, 범행 동기 등에 대한 심리 분석이 전혀 반영이 안 돼 있는 것 같다. 이양의 심리 상태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심리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의견을 밝히라고 밝혔다. 이양의 변호인 측은 “이수정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심리 분석을 진행한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학과 딸 이양의 항소심 재판은 6월 21일 속행된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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