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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리비아식 아닌 트럼프식으로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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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비핵화의 길로 순조롭게 들어서는 듯했던 북한이 16일 미국에 리비아식의 일방적 핵 폐기 강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고, 한국엔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았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리비아식 모델은 활용하고 있지 않다”는 대북 메시지를 냈다.

미, 볼턴이 제기한 모델 변경 시사 #북한은 앞서 김계관 개인 명의 담화 #“리비아식 핵포기 강요 땐 회담 재고” #북, 한·미 맥스선더 훈련도 비난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통보

앞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담화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부상 개인 명의 담화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선(先) 핵 포기, 후(後) 보상’ 방식 등 리비아식 핵 포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핵·미사일뿐 아니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 등 그가 밝힌 입장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비난했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북한 핵무기를 폐기해 미 테네시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13일 언론 인터뷰). 리비아식 모델을 염두에 둔 듯한 이런 입장에 북한이 반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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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상은 “이는 대국들에 나라를 통째로 내맡기고 붕괴된 리비아나 이라크의 운명을 존엄 높은 우리 국가에 강요하려는 심히 불순한 기도의 발현”이라고 했다. 김 부상은 또 미국의 적대시 정책 중단만이 선결조건이라고 명시하며 “우리는 미국에 기대를 걸고 경제 건설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런 거래를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앞서 한국도 타깃으로 삼았다. 이날 0시30분쯤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장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곧이어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 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11일부터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여놓고 있다”면서다.

이에 대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활용 중인 모델이 아니다”면서 "(우리가 하는 것은) 트럼프 모델이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이 기존에 언급한 비핵화 방식을 달리 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폭스뉴스에 출연해선 “북·미 정상회담 성사는 여전히 희망적”이라며 “힘든 협상이 될 것이라 보고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또 “만약 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최대의 압박 전략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연다.

유지혜·강혜란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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