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했다. 한국과 미국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6일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서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신은 “특히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 함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 있으며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거론했다.
해당 문구 속 인물은 태영호 전 공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14일 국회 강연과 자신의 저서 출판 기념 간담회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성격이 “대단히 급하고 즉흥적이며 거칠다”고 하는 등 ‘반(反)김정은 발언’을 쏟아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발간을 기념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체제 안전 보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CVID로는 달성할 수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 개최까지)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섣불리 예단할 것은 아니지만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북핵 위협 감축, 감소 정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이후 최고위급 북한 망명자다. 책 제목인 『3층 서기실』은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신격화하고 세습 통치를 유지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조직이다. 태 전 공사는 당초 지난 3월에 이 책을 출간하려 했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국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미뤘다고 한다.
청와대는 16일 북한이 이날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하겠다고 통지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보내온 전통문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새벽에 발생한 상황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통일부·외교부·국방부 등 관련 부처와 긴밀히 전화통화를 하고서 논의를 했다”며 “현재로서는 일단 정확한 뜻과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통일부에서도 오전에 입장이 나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